제170화
수능 전날, 학교는 휴교에 들어갔다. 많은 학생들이 기숙사의 물건을 집으로 가져갔다.
임이서는 기숙사에 둔 책이 엄청나게 많았다. 정리하고 나니 세 박스가 나왔고 아직 미처 정리하지 못한 문제집이나 잡지 같은 것도 있었다. 장미소는 그녀를 도와 짐을 정리해주며 감탄했다.
“이서야, 너 2학년 때 전학 온 거 아니었나? 그런데 1년이라는 시간에 이렇게나 많은 책을 읽은 거야? 와, 내가 본 소설보다 훨씬 많아.”
임이서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작은 시골 마을에는 티브이도 휴대전화도 없어서 새로운 세상은 책을 통해서만 알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 글자를 다 뗀 뒤로는 불과 2년 만에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을 죄다 읽어버렸다. 그 뒤로 그녀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안 박헌재는 매번 한 박스씩 선물해 주었다. 가끔 시장에 나가 중고로 된 책을 사기도 했다.
시골에 있는 집엔 빈방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그 빈방에 그간 읽어두었던 책을 놓았고 이젠 사람이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쌓여있었다. 그랬기에 그녀가 책 한 권을 읽는 속도는 아주 빨랐다. 이 책들 또한 그녀가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중고시장에 가서 산 것이었다. 이미 다 읽었으니 책 속의 내용도 전부 그녀의 머릿속에 저장되었다.
임이서는 웃으며 말했다.
“그냥 가볍게 넘기며 읽은 거야. 어떤 건 읽다 말았어.”
장미소는 그제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그러면 책만 보고 사고 싶어지고 막상 사면 그냥 쌓아두는 그런 타입이야?”
임이서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비슷하지.”
그녀는 이 책들을 중고시장에 다시 팔 생각을 했다. 이미 중고 책을 파는 서점의 사장과 얘기를 해두었다. 이 모든 책을 전부 20만 원에 팔겠다고.
장미소는 그녀를 도와 정리해주었고 연정우는 전부 차에 옮겨 실었다. 상자는 크고 무거웠다. 전부 옮기고 난 연정우는 땀으로 샤워하고 말았다. 이때 윤정진이 그의 앞으로 시원한 우유를 건넸다.
“덥지? 마셔.”
연정우는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었다. 아직도 시원한 우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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