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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임이서가 돌아서자 엄철용과 연정우가 따라왔다. 연정우는 팔짱을 낀 채 임이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냉정하고 차분하며 늘 욕심 없는 올곧은 모습을 보이던 그녀의 사적인 면모가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 이때 엄철용이 갑자기 연정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 “도련님께서 이번에 큰 부상을 당했으니 다들 매우 걱정하실 겁니다. 얼른 돌아가서 오늘 일을 자세히 보고드리는 게 어떨까요? 어르신과 사모님도 많이 놀라셨을 겁니다. 여긴 하준 선생님이 계시니 별일 없으실 겁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는 정우 도련님께서 잘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입을 함부로 놀리면 임이서에게 해가 될 수 있다. 엄철용은 두 사람이 함께 공부할 정도면 어느 정도 친분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가 임이서를 연씨 가문의 가십거리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연정우도 눈치가 있으니 말을 가려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이미 단단히 오해한 상태였다. 물론 연시윤이 성추행을 당한 사실은 절대 부모님께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연시윤은 가문에서의 지위가 극히 높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신과 같은 존재였다. 만약 그들의 신이 더럽혀졌다는 걸 알게 된다면 임이서는 갈기갈기 찢길 게 분명하다. 연시윤은 재빨리 차에 올랐고 임이서는 떠나는 그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집사님, 의도적으로 정우를 피하신 거죠?” 엄철용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서 씨에게 할 말이 있어서입니다. 도련님은 아직 어리니 이런 얘기를 듣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임이서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연씨 가문이 연정우를 얼마나 잘 보호해 왔는지 알 것 같았다. 역시나 제멋대로 행동하며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네, 집사님 말씀하세요.” 엄철용은 걸음을 늦추며 말을 이었다. “도련님께서 불안감 때문에 성격이 난폭해지셨다고 하셨죠.” “사실 이 모든 것에는 근원이 있습니다.” “원래 이런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이서 씨가 김하준 선생님의 의원에 들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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