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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임이서는 그 일들을 떠올리며 씁쓸한 마음에 헛웃음까지 나왔다. 자신이 가족이라는 이름에 집착하면 할수록 그들은 더 깊은 상처만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가족이라는 것에 더 이상 미련도 없었고 애정도 없었다. 그렇게 되자 그 가족이라던 사람들도 더 이상 그녀를 해칠 수 없게 되었다. “임이서.” 사람을 홀릴 듯 낮고 묵직한 연시윤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괜찮아?” 임이서는 요즘 아예 연시윤의 병실에서 지내며 옷 한 번 제대로 갈아입지 못할 정도로 밤낮없이 그를 돌보고 있었다. 침대 옆 소파에서 일어난 그녀가 창가로 걸어가던 그때, 연시윤도 눈을 떴다. 조용히 임이서를 바라보던 연시윤의 눈빛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곧고 반듯한 소녀의 등 위로 긴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겉보기엔 여리여리했지만 그녀의 몸에서는 그 어떤 일에도 굽히지 않으리라는 강한 의지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임이서가 그럴수록 연시윤의 눈에는 그녀가 사연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다시 몸을 돌린 임이서는 어딘가 후련해 보였다. 마음속 깊이 묻어뒀던 그 일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털털하고 담백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서렸다. “시윤 씨, 일어났어요?” 임이서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밖에 비가 오네요. 오늘은 조금 더 일찍 출발해야 할 것 같아요.” 최근 들어 연시윤의 대뇌 운동이 점점 정상적인 리듬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임이서가 하루 정도 자리를 비운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었다. 임이서는 이미 며칠 전부터 오늘 중요한 대회가 있다는 사실을 연시윤에게 말해두었다. 연시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엄 집사님한테 데려다 달라고 해.” “됐어요. 정우랑 같이 차 타고 가면 되거든요. 데리러 온대요.” 연시윤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깊고 어두운 눈동자 사이에 잔잔한 온기가 숨겨져 있었다. 임이서는 괜히 시선을 피하며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하고 옷도 갈아입었다. 하든 아카데미를 대표해 경시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니 학교 교복을 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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