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임이서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자 연정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난 봤거든. 저번에 네가 우리 상전님 바지를 벗... 읍!” 임이서는 그대로 몸을 날려 연정우의 입을 꽉 틀어막았다. 그 순간, 앞에서 운전 중이던 운전기사 역시 호기심으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연정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임이서의 손이 그의 입술을 꽉 누르고 있었지만 연정우는 부드러운 손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향을 맡았다. 얼음장처럼 차갑고 거친 손길이었으나 오히려 연정우의 심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임이서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진짜 죽을래? 그건 치료 목적이었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해.” 그녀가 손을 떼자 연정우는 왜인지 모르게 다시 짜증이 났다. “그딴 식으로 치료하는 게 어딨어? 하준 쌤은 그렇게 안 하던데?” 그날 일에 대해 계속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때까지 기회가 없었다. 연정우는 왜인지 모르게 그 장면만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우리 상전님이 어떤 사람인데? 얼마나 성스럽고 귀한 존재인데. 감히 하늘 같은 분의 바지를 벗겨?’ ‘임이서 같은 사람이, 그냥 잠깐 잠잘 곳만 겨우 얻은 외부인이 이런 식으로 우리 상전님을 농락해?’ 아무리 생각해봐도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임이서는 한숨을 푹 내쉬며 그때의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네가 나 오해할까 봐 그냥 바짓단만 찢었어. 너도 봤을 거 아니야? 시윤 씨 바지 찢겨있던 거.” 그제야 연정우는 어느 정도 안심하는 듯했지만 눈은 여전히 가늘게 뜨고 있었다. “진짜 우리 상전님한테 다른 마음 품은 건 아니지? 우리 상전님은 전 세계에서 제일 멋있는 남자란 말이야. 아무튼, 난 아직 우리 집 상전님보다 잘생긴 사람 본 적 없어.” “나도 못 봤어.” 임이서가 무심하게 대답했다. “!!!” 그 말에 연정우가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야!” 임이서가 재빨리 덧붙였다. “그래도 내가 나보다 나이도 많은 사람한테 마음을 품을 리가 없잖아. 이미 조카에 조카딸, 손자까지 있는 분인데. 기절할 일 있냐?” “난 그냥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