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그 말투는 마치 그동안 임이서가 시험을 잘 봤던 이유가 전부 시험 직전에 문제와 풀이 과정을 다 외워뒀던 덕이었고, 그 공 역시 모두 임효진 덕분이라는 것처럼 들렸다. 임이서가 손을 들어 올리자 시험지가 바닥에 팔랑거리며 떨어졌다. 그녀는 덤덤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필요 없어.” 임효진은 급히 몸을 숙여 시험지를 주웠다. 그녀의 눈빛에는 희열이 담겨 있었고 마음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방금 그 순간, 임이서가 정말 시험지를 가져가 문제를 외워버리기라도 할까 봐 걱정했었다. 임효진은 임이서의 기억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기억력을 오빠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만약 정말 그 시험지를 보기라도 했다면 외우는 데 5분도 안 걸릴 게 분명했고, 대회에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나오기라도 한다면 임이서는 틀림없이 문제를 풀어낼 것이다. 임효진은 임이서가 이번 대회에 참가해 상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했었다. 게다가 임이서가 모습을 감췄을 때는 속으로 크게 안도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임이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지만 임효진은 전처럼 불안해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유 박사가 낸 두 장의 문제지를 풀었고 고난도의 문제들을 풀어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임이서라고 해도 그 정도 수준의 문제를 풀 수는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게다가 임이서가 임씨 가문으로 돌아가려 한다면 절대 오빠보다 좋은 성적을 받을 수는 없었다. 임효진은 전에 임이서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임지성은 자신보다 점수가 높은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여태껏 임이서는 계속 임지성보다 낮은 점수를 유지해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다 해도 오빠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생각은 감히 못 할 것이다. 연정우가 비웃듯 말했다. “고작 유 박사님 문제 두 장 갖고 자랑질은. 그렇게 잘 나셨으면 한 뭉텅이로 갖고 와서 풀어보시든가?” 그 말에 임효진이 부드럽게 웃으며 설명해주었다. “유 박사님 문제는 절대 시중에 판매되지 않거든. 이 두 장도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