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그 말에 연정우는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누가 얘 게임 안 한대?”
임이서의 게임 실력은 거의 미친 수준이었다. 연정우는 이때까지 살아오며 임이서보다 게임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었다.
아마 임씨 가문 안에서 임이서는 줄곧 게임에는 관심 없는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산 모양이었다. 거지 같은 휴대폰을 쥐여줘 놓고 임지성 대신 랭크나 올려주는 그런 역할에 불과했을 것이다.
‘세상에, 대체 그 집에서 어떤 일을 겪은 거야.’
임이서도 문득 모든 게 이해됐다.
임씨 가문의 사람들이 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휴대폰을 바꿔줬었는데도 게임조차 제대로 작동이 안 됐는지 말이다.
휴대폰 안에 위치 추적 장치를 설치해놓은 것도 모자라 간단한 게임까지 못 하게 막으려던 수작이었다.
‘대체 뭘 두려워했던 거지?’
‘내 게임 랭크가 임지성을 넘어서는 거?’
‘그럴 리가 없잖아.’
애초에 임이서는 게임 랭킹 따위에 전혀 관심도 없었다. 게다가 게임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임지성이 몇 판을 연달아 지고 우울해하던 그때, 임이서는 몰래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을 파고들며 휴대폰에 열이 날 때까지 며칠 밤을 새워 연습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임지성이 다시 참패의 쓴맛을 보았을 때, 임이서는 그의 휴대폰을 넘겨받아 승리를 안겨주었다.
그 시절, 임지성의 티어는 플래티넘이었다.
그 후로 임지성의 게임 랭크는 모두 임이서가 돌려주었다. 그렇게 티어가 조금씩 쌓여 다이아,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 챌린저... 마지막으로 챌린저 상위권까지 올라갔다.
다시 말해 소위 만렙이라 불리는 챌린저까지 도달했다는 거였다.
게임 랭크와 티어가 올라갈 때마다 임지성이 기뻐하면 임이서도 덩달아 기뻤고 그 때문에 더 열심히 게임에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그때의 노력들이 참 우습게만 느껴졌다.
임효진이 급히 해명했다.
“그런 게 아니라 내 말은, 이서가 게임 안 좋아한다고 본인 입으로 얘기했었어.”
그러고는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순진무구한 얼굴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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