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 임이서는 차로 돌아왔다. 분위기는 어느새 한껏 가라앉아 있었다. 숨 막히는 분위기에 연정우 역시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는 조심스레 리그오브레전드를 열어 임이서에 내밀었다. “한두 판만 돌려볼래? 기분도 풀 겸.” 겸사겸사 본인 계정의 티어도 올릴 생각이었다. 임이서는 연정우가 내민 휴대폰 화면을 힐끗 내려보더니 이내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 핑크색이던 휴대폰 위에 투명한 케이스를 씌워 한층 더 고급진 느낌을 더해주었고 120Hz 초고화질 화면은 얼핏 봐도 고사양 같아 보였다. 그녀는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생각해보니까 내 계정으로는 로그인도 안 했었네.” 연정우가 고개를 들이밀며 말했다. “그럼 이제 티어도 다 떨어졌겠네?” 임이서는 게임을 새로 다운로드하고 다시 계정에 로그인했다. 그러자 화면이 반짝이며 화려하게 빛나더니 게임이 실행됐다. 티어를 확인해보니 다이아에서 플래티넘으로 떨어져 있었다. 연정우는 자신의 티어를 보여주며 실실 웃었다. “갑자기 네 티어가 엄청 구려 보이네. 푸하하. 야, 내 티어 봐. 진짜 쩔지 않냐?” 임이서는 그게 전부 자신이 올려준 티어라는 걸 굳이 상기시켜주지 않았다. 희고 긴 손가락이 무심하게 화면을 누르자 게임이 시작됐다. 연정우는 그녀의 옆에서 얼굴을 괸 채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는 임이서가 돌리는 게임을 유독 좋아했다. 힘들이지 않고 손끝으로 스킬을 가볍게 연타하면서도 나른한 자세로 협곡에서 킬을 쓸어 담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임이서와 같은 팀이 된다면 말 그대로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상대로 만나면 그냥 운이 너무 나빴다고 생각해야 했다. 차는 어느새 경호 사립병원으로 들어섰다. 목적지까지 거의 다다르자 임이서는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다음 날, 연시윤은 퇴원하게 되었다. 다만 병원에서 성으로 옮겼을 뿐, 출장이나 업무는 아직 불가능했다. 하지만 연시윤은 성으로 돌아오자마자 서재로 들어가 버렸다. 임이서가 방으로 돌아와 짐 정리를 시작하던 중, 엄 집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