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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나는 고개를 들어 심계민을 바라보았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서방님을 사랑하였기에 모든 것을 바쳐 돌보았고 밤낮으로 곁을 지키며 헌신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번도 원망한 적 없었어요.” “하나 지금은 더는 서방님을 사랑하지 않기에, 더는 정성을 들이기 싫고 서방님을 위해 스스로를 낮춰가며 견디는 삶은 더더욱 원치 않아요.” “서방님은 결코 저를 사랑하지 않아요. 제가 먼저 이혼하지 않더라도 머지않아 서방님은 기어코 저를 내칠 것입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제가 먼저 당당히 물러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나는 심계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조만간 하연주가 돌아오면 이 남자조차 그녀에게 마음을 주고 우혁수와 그녀를 두고 다툴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전생 내내 심계민은 단 한 번도 나를 해친 적 없었다. 그래서 나도 그에게 손을 대지 않을 작정이었다. 심계민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우혁수가 억지로 나와 혼인하게 된 그 일로 줄곧 나를 원망해왔으며 언젠가는 자리만 굳히면 곧바로 나를 버릴 생각이었음을. 내 말을 들은 심계민은 말없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나 또한 그 이상의 설득은 필요 없다고 여겨 덧붙였다. “저를 설득할 생각 말고 차라리 서방님을 설득하시지요. 이혼이라도 조용히, 원만히 마무리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저는 저희 부모님께도 말하여 괜한 다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자 심계민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나는 혁수가 이혼을 하지 않길 바랍니다. 어찌 되었든 혼인한 지 3년이나 되었잖아요. 우 부인이 밖에서 사내를 들였단 걸 알게 되면 혁수는 반드시 분노할 것입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서방님께서 분노할 이유는 자신의 체면이 구겨졌기 때문이겠죠. 서방님을 두고 제가 바람을 피웠다 생각하실 터이니... 절대 절 신경 써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말 걱정된다면 서방님을 설득하여 조용히 끝내도록 하세요. 그 편이 그분에게도 저에게도 좋을 것이니.” 이렇게 말하고는 더는 머무르지 않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뒤따라 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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