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넌 날 믿어?
순간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 사이는 애초에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 설령 가짜 여자친구라고 해도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난 아직 주성훈의 방패막이가 되겠다고도 안 했는데.
나는 정신이 번쩍 들어 얼른 손을 살짝 빼냈고 주성훈은 억지로 잡지도 않고 놓아줬다.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살짝 허전했다.
그러다 곧 자신을 타박했다.
‘이런 걸로 감정 소모나 하고.’
“소파에 가서 앉아 있어.”
그가 말하더니 고용인을 불러 내 신발을 가져오라 했다.
나는 어색하게 감사 인사를 건넸고 마음속이 괜히 따뜻해졌다.
강민지가 소석진 침대로 기어든 뒤, 엄마가 슬픔에 잠겨 있던 그날 이후 이렇게 사소하지만 따뜻한 관심을 받아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주성훈은 가만히 웃었다. 그 웃음이 어찌나 매력적인지, 가슴이 한껏 부풀어 터질 것만 같았다.
나는 더는 그를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떨군 후 조심스레 물었다.
“성훈 씨, 왜 갑자기 돌아온 거예요?”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는 대답 대신 휴대폰을 내 눈앞으로 내밀었고 카톡 화면에 내가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
뭐지? 그때 그는 내 메시지에 답도 하지 않았고 나는 꽤 서운했었다.
“네가 날 보고 싶다며? 그래서 비행기표 끊고 바로 온 거지.”
나는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들어 그를 찬찬히 바라봤다.
주성훈은 웃으며 내 눈을 마주했다.
“응?”
짧은 한마디였지만 낮게 눌린 목소리는 유난히 부드럽고 깊어, 듣는 순간 귀가 녹아내릴 것 같았다.
나는 얼굴이 달아올라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꼬집는 시늉을 했다.
“진짜로 한 번 꼬집어 보고 싶네요. 혹시 다른 사람이 분장하고 온 거 아니에요?”
주성훈이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화림 쪽에 일이 좀 있어서 예정보다 일찍 온 거야.”
“무슨 일인데요?”
내가 다급히 묻자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별일 아니야.”
나는 더 묻지 않았다.
마침 고용인이 신발과 양말을 가져왔다. 그런데 주성훈은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내 발 앞에 앉았다.
나는 깜짝 놀라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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