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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배은망덕한 년

나는 두 팔을 꼭 가슴에 포개고 소석진을 냉정하게 노려보았다. “아빠는 엄마에 대해 함부로 말할 자격 없어. 내가 이렇게 된 건 전부 아빠가 제대로 키우지 못한 탓이야. 아빠라는 사람이 바람피우고 애인까지 데려와서 엄마를 실신하게 만든 거, 그 모든 빚 난 절대 잊지 않을 거야!” 내 말에 소석진은 격분했고 유언장을 낚아채더니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이 배은망덕한 년아! 감히 무시해? 이 돈마저 없어지면 네가 나한테 구걸하는지 한번 보자!” 나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유언장은 복사본도 존재했고 찢어진다고 법적 효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강민지는 눈에 눈물이 가득 찬 채 소석진을 위로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은진아, 이 모든 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원해서... 참을 수 없어서 그랬어. 오빠를 너무 사랑하거든. 그러니 오빠를 탓하지 말고 제발 화내지 마.” 강민지는 또 연극을 시작했다. 책임을 전부 떠안고 소석진 앞에서 연민을 유도하는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석진은 순식간에 감정이 흔들려 나를 향해 쏘아붙였다. “봐라, 민지는 얼마나 착한 여잔데 넌 도리어 돈만 바라는 채무자 같네.”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저를 뭐라 부르든 상관없어요. 어차피 40억은 제가 직접 찾을 거니까. 아버지도, 그리고 강민지 너도...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세요.” 소석진은 내 말에 더욱 격분했다. “정말 배은망덕한 년이구나! 그렇게 오래 키워줬는데 나에게 효도는 못 할망정...” 참다못한 나는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모두 토해냈다. “저를 키우셨다고요? 아버지는 외할아버지 돈으로 저를 키웠고 그걸 바탕으로 강민지에게 집과 차, 다 해줬잖아요.” 소석진과 강민지가 함께한 지난 수년간의 악행을 떠올리자 나는 더는 입을 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 두면 두 사람은 다가올 행동도 멈추지 않을 것이니 나는 나지막하게 말을 이어갔다. “유언장은 아저씨가 전달한 거예요. 만약 마음에 들지 않다면 아저씨에게 따지면 돼요.” 주성훈의 이름이 언급되자 소석진은 단숨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분노에 못 이겨 비틀거리며 말했다. “네가 중학생도 아닌데 내가 돈을 관리해 주려는 건 네가 낭비할까 봐 그랬어. 유언장 같은 거에 주 대표님까지 끌어들여? 너 정말 웃긴다!” 나는 팔짱을 낀 채 냉담하게 대답했다. “상관없어요. 아버지도, 강민지도... 이 40억에 손대지 말아요.” 강민지는 속으로 더 분노했지만 표정은 담담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눈빛 속에 서린 불만과 탐욕을 볼 수 있었다. 소석진은 강민지에게 제공한 이득이 이미 충분했다. 집, 차량, 동네에 데려와 온갖 편의를 준 건 모두 소석진이다. 그러니 이제 와서 내 돈까지 욕심낸다는 건 과한 탐욕일 뿐이었다. “외할아버지는 유언장에 제가 성인이 되면 회사를 제게 넘기겠다고 쓰셨어요. 엄마는 그걸 아버지에게 맡겨둔 거고요. 이제 엄마가 떠났으니 아버지가 저한테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외할아버지는 이미 소석진의 본질을 깨달았던 것 같다. 그리고 엄마가 그걸 지키기 어려울 것을 알고 회사 지분을 직접 나에게 증여하도록 유언했다고 생각했다. 비록 아버지가 법적 권한을 악용해 명의를 바꾸고 지분을 빼앗았지만 법정에서 외할아버지의 유언을 증거로 하면 난 충분히 유리해진다. 강민지 또한 그 말을 들었는지 초조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고통을 호소했다. “오빠, 저 배가 너무 아파요.” 그러자 소석진은 재빨리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민지야, 왜 그래?” 강민지는 얼굴을 찌푸리며 속삭였다. “모르겠어요. 혹시 애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걸지도...” 곧 소석진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럼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자.” 그는 나를 외면하고 강민지를 부축하며 장례식장을 나섰다. 그러나 내 어머니의 유골함은 아직도 그 자리 그대로 차갑게 놓여 있었다. 빈소에 남아 있던 건 나와 몇 명의 직원뿐이었다. 나는 어머니의 사진을 바라보다가 넓은 장례식장을 다시 훑어보며 비웃었다. 어머니는 평생을 소석진을 좇았지만 결국 얻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 며칠 뒤, 강민지와 소명석은 어머니의 장례 이후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하루 종일 내린 폭우는 어머니의 무덤까지 거세게 적셨고 장례식 도중 갑자기 퍼붓던 비는 마음 깊은 쓸쓸함으로 남았다. 하지만 하늘은 곧 개었고 맑은 하늘과 흰 구름 아래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나는 어머니의 비석 앞에 머물다 절을 하고 흙을 한 움큼 던지며 속삭였다. “엄마, 나 이제 갈게. 그리고 나는... 꼭 복수할 거야.” 소석진은 이 순간 어디에 있을까? 분명 또 강민지 옆일 것이다. 강민지의 아이는 조만간 공식적인 자식이 되고 소석진의 후계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질투는커녕 복수만을 꿈꾸고 있다. 조문객이 거의 떠난 뒤, 나는 다시 어머니가 살던 저택으로 돌아갔다. 할아버지가 남긴 이 집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살던 곳이었다. 얼마 뒤 강민지도 이사 왔다. 이 집에 내 어머니와 같은 지붕 아래 살겠다고. 소석진은 그녀를 위해 다른 별장을 사줬지만 강민지는 일부러 이 집을 택했다. 아마 어머니를 자극하려 했던 것일 수도 있다. 말로는 어머니에 대한 죄를 뉘우친다고 했지만 진심일 리가 없다. 이 집에는 나와 엄마의 추억이 가득하기에 나는 제일 먼저 엄마 유품을 정리해 창고에 두려고 했다. 도우미들은 이미 강민지에 의해 싹 바뀌었지만 나도 딱히 그들의 도움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날이 어둑해지고 달이 뜨고 나서야 나는 겨우 물건을 다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무렵, 소식진과 강만지가 집에 돌아왔다. 들은 바에 따르면 강민지는 며칠간 병원 신세를 졌다지만 전혀 그런 티가 나지 않았다. 강민지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발견하고는 다가와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은진아, 동생 너무 건강하게 잘 큰대. 너도 기쁘지?”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혐오감 때문에 얼른 손을 뿌리쳤다. 곧 소석진도 속삭이듯 나한테 말을 걸었다. “소은진, 앞으로 절대 민지한테 가까이 가지 마. 아이한테 문제 생기면 널 가만히 두지 않겠어.” “오빠, 은진이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저 은진이랑 둘이 얘기 좀 나누고 싶은데... 먼저 올라가서 쉬고 계세요.” 강민지의 말에 소석진은 날 경계하듯 바라본 뒤 위층으로 올라갔고 밑에는 나와 강민지만 남았다. ‘또 뭐 하려는 거지?’ 이내 강민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랑 서재로 가서 얘기하자.” 나는 침묵하다 결국 그녀를 따라나섰다. 이내 문이 닫히자 강민지는 숨기고 있던 본색을 드러내듯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회사 지분? 꿈도 꾸지 마. 그건 네 아빠 거야. 앞으로 우리 아들한테 계승될 거니까 너랑은 아무 상관 없어. 계속 그렇게 헛된 꿈꾸다가... 네 멍청한 엄마처럼 결국 스스로 병들어 죽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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