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심 선배를 좋아해
주성훈은 웃으면서 내 코를 톡 건드리며 말했다.
“할아버지는 나보다 더 바빠. 맨날 운동 아니면 낚시거든? 하루하루가 아주 다채롭지.”
주성훈이 주진수가 외롭지 않게 곁을 지켜드린다더니, 정작 주진수는 지금 주성훈보다 더 바빴다.
주성훈은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랑 할아버지랑 좀 더 친해질 기회를 만들고 싶었던 거야. 그리고 우리 둘 다 여기 있으면 할아버지가 기뻐하시잖아. 아까도 기쁜 마음에 평소보다 죽 한 그릇 더 드시더라고.”
그건 맞는 말이긴 했다.
어르신들은 가족이 곁에 있는 걸 좋아하기 마련이었다.
내가 뭔가 말하려던 찰나, 주경민이 다가왔다.
“셋째 도련님, 차가 준비됐어요.”
주성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향해 말했다.
“볼 일이 있어 잠깐 나갔다 와야 해. 아마 좀 늦게 들어올 것 같아. 혹시 심심하면 친구를 만나든가, 아니면 가정부들을 데리고 쇼핑이라도 나갔다 와.”
“괜찮아요. 일 보러 가요. 난 알아서 잘 지낼 거예요.”
주성훈이 나간 뒤 나는 침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왠지 마음이 텅 빈 느낌이 들었다.
방 안에는 아직도 어젯밤 주성훈의 기척이 남아 있어서 분위기가 달콤해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마음이 붕 떠 있었다.
아마 아직 내 새로운 신분이나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게다가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도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었다.
화림에서부터 제도로 넘어와 주성훈과 약혼하게 된 건 정말 완전히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런 삶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갈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앞으로 내가 어떤 일에 종사하고 어떤 성격의 사람이 될지도 완전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창밖에서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은 하얀 커튼을 통과해 내 몸을 따스하게 감쌌다.
이런 축 처진 감성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나는 무언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침 주진수와 주성훈이 모두 집에 없으니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민아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만나자고 했다.
마침 고민아도 밖에 있다며 시간 변경에 문제없다고 했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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