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진설아
온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주성훈은 침대에 누워 아무 말 없이 나를 끌어안은 채 잠이 든 것 같았다.
나는 그의 등을 등지고 누운 채 창밖의 어스레한 밤하늘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뒤에서 내 허리를 감싸안으며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어서 자.”
나는 눈을 감았지만 마음속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서글픔이 차올랐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그는 이미 짐을 싸고 떠날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어젯밤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겨우 잠든 터라 오늘은 평소보다 늦게 깼다.
단정히 차려입은 그의 모습을 보니 괜히 서운함이 몰려왔다.
그는 몸을 숙여 내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승안이를 여기로 부를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승안이한테 연락해. 나한테 전화해도 되고.”
나는 그의 가슴팍에 손을 뻗어 옷자락을 움켜쥐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다시 내 입술에 입을 맞추며 물었다.
“자기야, 이제 가야 해. 나한테 할 말 없어?”
나는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낮게 웃으며 내 얼굴을 감싸 쥐고 말했다.
“그래, 내가 돌아올 때까지 착하게 기다리고 있어.”
나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행동했다. 어젯밤 내게 결정을 강요했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를 떠나기로 결심한다면 이 관계는 영영 끝이 날 것이다.
그가 돌아온다 해도 우리는 결코 지금처럼 가까울 수 없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더욱 저릿하게 아려왔다.
마음속의 쓸쓸함을 꾹 눌러 담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요.”
그는 한참 동안 나를 깊이 응시하다가 고개를 숙여 내 입술에 깊은 키스를 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는 나를 놓아주었고 마지막으로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고 나갔다.
나는 그가 문밖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문이 닫히는 순간, 마음속 한 조각이 도려져 나간 듯한 공허함이 밀려왔다.
만약 정말 나를 밀어내고 싶었다면 이렇게 미련이 남을 행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