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요 녀석, 하는 말마다 어쩜 이렇게 예쁠까?
구기윤은 노리쇠를 당긴 뒤 탄창을 분리하고 탄알을 바닥에 쏟아냈다.
그는 주성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셋째 도련님, 이제 만족하십니까?”
주성훈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네.”
구기윤의 차가운 시선을 뒤로한 채, 주성훈이 담담히 덧붙였다.
“그럼 이것으로 마무리하죠. 기윤 도련님이 약속을 어기지 않고 동생을 해외로 보내실 것으로 믿겠습니다.”
구기윤의 얼굴은 끔찍할 만큼 어두워졌다. 그는 한 글자씩 힘을 주어 말했다.
“사흘 후, 소연이의 상태와 상관없이 베른으로 보낼 겁니다.”
구씨 가문의 사람들은 어떻게 여동생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냐며 그를 비난했지만 구기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성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겠군요.”
그렇게 말한 그는 나를 안아 들고 밖으로 향했다.
구기윤은 막지 않았지만 구씨 가문의 사람들은 매서운 눈빛으로 우리를 노려보았다. 몇몇 젊은이들이 달려들려 했으나 구기윤이 손짓으로 제지했다.
주성훈은 그의 곁을 지나며 미소를 지었다.
“실례했습니다.”
구기윤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응시했다.
그러나 주성훈은 그의 속마음을 전혀 개의치 않은 채 나를 품에 안고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나는 뒤돌아 구씨 가문 대저택을 바라보았다.
구기윤이 무릎을 꿇고 바닥에 흩어진 탄알을 하나 집어 손에 꽉 쥔 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은 문간에 고정되어 있었고 주성훈의 뒷모습을 향해 있었다.
그 눈빛은 음침하고 기이했으며 마치 독사를 연상시키는 서늘함을 띄고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을 더 이상 마주할 수 없어 주성훈의 목을 꼭 끌어안고 얼굴을 그의 품에 묻었다.
구씨 가문의 저택을 벗어나 차에 오를 때까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구소연처럼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드러내는 잔혹함보다 구기윤처럼 감정을 숨긴 잔혹함이 훨씬 더 무서웠다.
구기윤이 차분하게 구소연에게 총을 쏜 것도 충격적이었는데 마지막에 그가 보여준 눈빛이 훨씬 더 소름 끼쳤다. 마치 지옥의 문이 열리며 악마가 세상으로 걸어 나온 듯한 차갑고도 기이한 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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