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방 안에는 피 냄새가 진동했고 구씨 가문의 여자들은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구씨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수려했다. 그 중년 남성 역시 살이 쪘음에도 제법 잘생긴 얼굴이었다. 하지만 결코 호감이 가는 태도는 아니었다. “주씨 가문에 도전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주성훈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주씨 가문이 감히 견줄 수 없을 만큼 구씨 가문은 강한 집안이지요. 하지만 저는 싸우려는 게 아닙니다. 협상하려는 겁니다.” 중년 남성은 굳은 표정으로 구기윤을 바라봤다. 구기윤이 곧바로 나섰다. “셋째 도련님, 농담도... 구씨 가문이 어찌 주씨 가문을 따라잡을 수 있겠습니까.” 주씨 가문은 여러 세대에 걸쳐 고위직을 배출해 온 집안이었고 구씨 가문은 비록 최근 10년 동안 눈부시게 번성했으나 그 역량과 역사는 주씨 가문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주성훈에게 한 방 먹은 구씨 가문 사람들은 더는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다. 주성훈은 여전히 차분하고 침착한 표정이었고 주씨 가문의 우위를 과시하거나 자랑스러워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는 담담하게 구기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네요. 지금 결정하시죠. 그렇지 않으면 구소연을 데려가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 구기윤의 시선이 다시 구소연에게 향했다. 그녀는 흐느끼며 울고 있었고 일그러진 얼굴은 애원으로 변했다가 다시 일그러지는 등 이미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도 조금의 동정심도 느끼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해치려 할 때 한 치의 주저도 없었고 심지어 죽이려 들기까지 했다. 내가 살아남은 건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녀가 이런 처지가 된 것은 철저히 자업자득이었다. 오히려 나는 그녀가 부러웠다. 그렇게 악독해도 구씨 가문은 끝까지 그녀를 지키려 했다. 아마 그 자신감이 있었기에 여러 번 나를 함부로 짓밟을 수 있었을 것이다. 잠시 침묵하던 구기윤은 구씨 가문의 어른들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고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해외로 보내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구소연이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목구멍 깊은 곳에서 비명을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