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고윤재의 연구팀에 합류한 후 조유나는 일상은 실험과 독서로 꽉 채워졌다.
연구실은 그녀가 가장 오래 머무는 장소가 되었고 가끔 창밖을 보라 보면 어느새 밤이 깊어졌음을 깨달았다.
고윤재의 사무실은 실험실 바로 옆에 있었다. 그는 끝없는 과제에 시달리는 듯했고 종종 조유나와 함께 밤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어느 날 데이터 모델을 보정하기 위해 두 사람은 컴퓨터 화면 앞에서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었다. 창밖의 달빛이 블라인드를 사이로 스며들며 도면 위에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조유나가 책상 모서리에 있는 커피잔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팔꿈치가 실수로 컵 가장자리를 건드렸다.
짙은 갈색 액체가 순식간에 쏟아져 도면 가장자리를 타고 번지며 정성껏 표시해둔 라인을 흐릿한 얼룩으로 물들였다.
“큰일 났어요!”
그녀는 살짝 까진 팔꿈치도 돌보지 않은 채 비명을 내지르며 급히 휴지를 뽑아 닦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가락 끝에 묻은 잉크가 번져 나가며 더 얼룩지게 했다.
이것은 조유나가 사흘 밤을 새워가며 완성한 손 그림인데 말이다. 조바심이 밀려오자 목소리까지 살짝 떨렸다.
“서두르지 마.”
뼈마디가 선명한 손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고윤재는 어느새 그녀 뒤에 서 있었다.
그는 더럽혀진 도면을 보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팔을 들어 올렸다.
“피가 나잖아. 내가 소독해줄게.”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솜을 꺼내 그녀의 상처를 소독해주고 약까지 발라주었다.
“그림 도면이...”
조유나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고윤재는 돌아서서 파일 캐비닛에서 새 도면 용지를 꺼냈다.
“어젯밤에 전자 파일로 백업해놨어. 새로 인쇄하면 돼.”
이 모든 일을 마친 후 그는 차분하게 물티슈를 뽑아 그녀의 손을 닦아주었다.
조유나가 잠시 멍해졌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마침 그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는 가까이에 서 있었고 머리카락에서 은은한 향수 냄새가 풍겨왔다. 연구실 특유의 냄새와 섞여 의외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할게.”
고윤재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던 펜을 받은 후 옆의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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