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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비행기가 낯선 이국의 공항에 착륙하자 조유나는 휴대폰 속 서현석과 관련된 마지막 사진을 삭제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그녀는 십 년 넘게 그녀의 곁을 맴돌았던 소년을 완전히 떠나보내고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맞이할 것이다. 짐을 찾은 후 그녀는 학교로 가는 택시에 올랐다. 창밖의 거리는 처음에는 흐릿했지만 점차 뚜렷해졌다. 그녀는 캐리어를 끌고 학원 문 앞에 서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이곳의 가을에는 한성의 아카시아 향기가 없었지만 다시 시작하고 싶게 만드는 상쾌함이 있었다. 학원의 신입생 환영회는 입학 첫날 저녁에 열렸다. 조유나는 짐을 정리하고 간단한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그녀는 현장의 뒷자리에 앉아 프로젝트 화면에 띄운 소개 영상을 보며 저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노트북의 표지를 만지작거렸다. “이제 힘찬 박수로 고윤재 교수님을 환영해 주세요. 고윤재 교수님께서 신입생들에게 축사를 해주시겠습니다.” 박수 소리 속에 옅은 회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는 키가 컸고 얼굴이 준수했으며 코에는 금테 안경을 걸고 있었다. 안경 너머의 그의 눈빛은 부드러우면서도 예리했다. 주변 학생들의 수군거림을 듣고서야 조유나는 고 교수님이 모란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 교수님은 어려서부터 월반을 거듭하였고 또 석, 박사 통합 과정을 거쳐 이제 겨우 스물셋의 나이에 교수직에 오른 천재 학자였다. 고윤재의 목소리는 맑고 부드러웠다. “여러분, 이곳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교수라는 호칭보다는 여러분이 학문을 닦는 길에서 동반자가 되고 싶습니다.” 조유나는 고윤재를 바라보며 집중해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고윤재의 말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처음 이국땅에 왔을 때 겪은 몇 가지 경험을 나누며 웃음 짓고는 과거의 실수담까지 이야기했다. 아래쪽에 앉아 있던 신입생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원래의 긴장된 분위기는 조금씩 누그러졌다. 축사가 끝난 후에는 자유로운 교류 시간이 이어졌다. 조유나는 고개를 숙여 이력서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녀의 앞에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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