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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완전히 달라진 백아린

춥다. 너무 춥다. 온몸이 차디찬 얼음 위에 내던져진 듯 한기가 밀려왔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기에 백아린은 서서히 정신을 되찾았다. 힘겹게 눈을 뜬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넓은 운동장이었다. 운동장에는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반면 단상 위에는 오직 그녀뿐이다. 백아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여긴 몇 년 전에 졸업한 고등학교 아닌가? 분명 모함당해 목숨까지 잃었는데 왜 모교에 다시 돌아온 거지? “여러분, 수능이 이제 2주밖에 안 남았어요. 모두 공부에 전념하길 바랍니다. 절대 백아린처럼 순결을 지키지 못하고 학교의 명예까지 실추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학생이 그것도 여자아이가 사회 불량배와 몰래 모텔에 드나들다니! 그게 과연 부모님의 정성 어린 보살핌에 보답하는 길일까요? 학교의 가르침에 부끄럽지 않나요? 자신의 미래를 이렇게 쉽게 포기해도 되는 겁니까?” 날카롭고도 단호한 훈계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순간, 백아린의 기억은 7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수능이 코앞인 어느 날, 도윤재는 학교 옆 모텔로 그녀를 불러냈다. 분명 보충 수업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불량배 친구와 함께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순찰 중인 경찰에게 발각되어 도윤재를 지켜주기 위해 창문으로 도망가게 하고는 혼자서 모든 죄를 뒤집어썼다. 하지만 불량배는 오히려 그녀가 자신을 유혹했다며 본인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 이후로 이미지가 완전히 실추되었고, 단상에 올라 공개 비판을 받던 중 추위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나중에 퇴학까지 당해 모두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결국 사회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고, 술집에서 노래하거나 노점상을 차려 돈을 벌어 도윤재에게 바쳤다. “하.” 백아린은 냉소를 지었다. 다행이면서도 싸늘함이 서려 있는 웃음이었다. 그녀가 환생하다니! 고3, 열여덟 살인 해로 돌아왔고 아직 악몽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하늘이 그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인생을 바꾸고 도윤재와 백시연에게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다. 이때, 교장이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지금 웃음이 나와? 아직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구나! 오늘부터 넌 청운 고등학교 학생이 아니야. 대학 입시 자격도 없을 줄 알아.” “교장 선생님, 저는 불량배랑 방 잡은 적 없어요. 고백할 일이 있어요!” 백아린이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외쳤다. 단상 아래 맨 앞줄에 서 있던 도윤재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백이라니? 설마 그를 폭로하려는 건가? 절대 불가능했다. 평소라면 그의 말에 어떤 일이든 감수하던 사람이 고발할 리 없었다.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백아린을 바라보았다. 마치 당장이라도 그녀를 위해 나서서 변명하고 진실을 밝혀 줄 것처럼. 백아린은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의 눈빛 하나에 또다시 마음이 흔들려 모든 죄를 기꺼이 뒤집어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곧이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시니컬하게 말했다. “누군가 보충 수업을 핑계로 저를 모텔로 유인해서 해코지하려고 했죠. 그러다 단속이 뜨자 창문으로 도망쳤고, 이후 불량배까지 매수해 저를 모함했어요. 그 사람은 바로...” 말을 이어가면서 손을 번쩍 들어 고3, 1반 대열의 맨 앞에 서 있는 도윤재를 가리켰다. 깜짝 놀란 도윤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백아린이 왜 갑자기 변한 거지? 어떻게 그를 배신할 수 있단 말인가? ‘침착하자, 전정해!’ 어떻게든 빨리 해결책을 떠올려야 했다. 현장은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 “백아린 미친 거 아냐? 전교 1등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지?”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녕 모르나? 우리 학교 비주얼 원탑이 저런 애를 좋아할 리 없잖아.” “아니, 싸움질에 공부도 못하는 문제아를 도윤재가 여동생처럼 챙겨줬는데, 오히려 범인으로 몰아가는 게 말이 돼?” “진짜 뻔뻔하다!” ... 학생들은 수군거리며 백아린을 경멸하거나 혐오스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새빨간 폭탄 머리에 피어싱이 잔뜩 박힌 귀, 누가 봐도 전형적인 불량소녀의 모습이다. 게다가 통통한 얼굴에는 아직 젖살이 남아 있고 누런 피부톤과 거친 살갗, 갈라진 입술까지 더해져 추녀가 따로 없다. 도윤재가 이런 여자를 좋아한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 갔다. 교장이 백아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백아린, 지금 무슨 소리 하는지 알기나 해? 잘못을 인정하면 바로잡을 여지라도 있지, 지금 이 상황에서 남까지 모함하면 사람들의 반감만 더 커질 뿐이야.” “거짓말 아니에요! 저한테...” 증거가 있다고 말하려던 찰나, 도윤재가 단상 위로 올라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아린아, 겁먹었다고 헛소리하면 어떡해? 걱정하지 마. 오빠가 널 지켜줄게.”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백아린을 위로한 다음 교장을 향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교장 선생님, 백아린이 한 말은 전부 사실입니다. 나쁜 마음을 품고 백아린을 모텔로 불러낸 건 저였어요. 불량배와 모텔에 간 적도,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적도 없었어요. 저는 백아린의 이웃이자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구죠. 오빠 같은 존재로서 성격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천성이 여리고 순수한 아이라 절대 그런 짓을 안 할 겁니다.” “선배 진짜 너무 착한 거 아니야? 지금까지도 백아린을 감싸고 두둔해주다니!” “저 꼴이 어디가 여리고 순수하다는 거지? 뻔뻔하고 저질스러우면 몰라도.” “청운고 존잘남이 하필이면 저런 애랑 소꿉친구라니, 너무 안됐다.” ... 학생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백아린을 향해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반면, 도윤재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연민과 존경심이 가득했다. 백아린은 작은 손을 꽉 움켜쥐었다. 도윤재가 먼저 선수를 칠 줄이야. 이제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도 예전의 백아린이 아니었다. 더는 도윤재의 뜻대로 휘둘릴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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