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몸 좀 풀어야지
교실에 빼곡하게 들어선 책상들 덕에 움직일 공간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몇 개의 책상이 엎어져 있고 양아치들이 자진해서 뒤로 물러서 준 덕분에 교실 가운데에 둥글게 텅 빈 원형 공간 하나가 생겨났다.
그 원 안에 소지훈과 백아린 단 두 사람이 서 있었고 소지훈은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펴며 손가락을 꺾어 뼈가 맞물리는 소리가 교실 안에 울려 퍼졌다.
교실 창밖에 어느새 구경꾼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는데 누구 하나 숨죽이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겁도 없이 소지훈에게 덤빈 백아린이 내심 걱정되었다.
소지훈은 교장의 아들이자 학교 내 대표 불량 학생 서열 1위였고 권력에 힘까지 갖춘 ‘찐싸움꾼’이었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다섯 살 때부터 각종 호신술이며 유술이며 온갖 격투기를 배워왔다고 했다. 그러니 백아린이 아무리 날쌔다 한들 정면으로 소지훈과 붙기엔 비교 자체가 안 된다는 얘기였다.
이 모습을 복도 창문 뒤에서 지켜보던 강지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몸을 돌렸다. 그녀는 다급히 조용한 곳으로 달려가 휴대폰을 꺼내 들고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강태준은 컴퓨터 앞에서 화상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고 화면 속 Y국 남성이 유창한 외국어로 브리핑을 이어가고 있었다.
강태준은 커피를 한 모금씩 천천히 마시며 필요한 부분에서만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Y국인은 통역도 없이 마지막에 서툰 우리나라 언어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강 대표님, 그럼 이건 이대로 진행하시죠?”
강태준은 눈썹을 찌푸린 채 잠깐 고민에 빠졌고 그러다가 테이블 위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확인해 보니 발신자가 강지수였다. 그녀가 이런 타이밍에 전화한다는 건 백아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경우밖에 없었다.
“미안한데 잠깐 전화 받을게요.”
그는 회의 상대에게 미안하다는 짧은 인사만 남긴 뒤 휴대폰을 들고 베란다로 걸어갔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강태준은 곧장 물었다.
“무슨 일이야?”
짧은 한마디였지만 수화기 너머의 강지수는 뒷덜미가 싸해졌다.
“아린이가 지금 학교 짱이랑 싸우고 있어요. 지금 상황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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