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감히 나를 때려?
송유진은 백시연의 부추김과 은밀한 도움 속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겉으로는 여전히 나긋하고 사랑스러운 척했지만 속마음은 이미 지금의 평범한 생활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온갖 사치스러운 것들에 눈을 돌리고 있었다.
전생에 백아린이 백씨 가문으로 돌아간 뒤 송유진은 별별 핑계를 대며 그녀의 돈을 빼앗아 갔다. 그때 정은숙은 백시연의 지원으로 수술을 받긴 했지만 건강은 여전히 위태로웠다. 그런데도 송유진은 그 돈을 어머니 정은숙의 몸을 보살피는 데 쓰지 않고 온갖 명품을 사들이는 데 탕진했다.
백아린이 지금 그녀를 용서해 준다면 앞으로 송유진이 무슨 수를 쓰든 백시연과 손잡고 자신을 해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은숙의 붉게 충혈된 눈을 보고 있자니, 차마 거절할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
부모 마음은 다 똑같이 자식을 향하니, 전생의 자신도 할머니에게 그런 걱정만 잔뜩 안겨 드렸겠지. 할머니를 떠올린 순간 백아린은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좋아요, 제가 한 번만 더 송유진에게 기회를 줄게요. 그러니까 먼저 일어나세요.”
“아린아, 너는 정말 좋은 아이구나.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어딨니! 고맙다, 정말 고마워!”
정은숙은 감격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몇 번이고 머리를 바닥에 박아 절을 올렸다. 그 충격에 이마가 터져 피가 흘러내렸다.
백아린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만약 송유진이 다시 저를 해치려 한다면 그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약속해 주세요. 또다시 송유진이 아주머니를 실망하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매달리지 마시고 이제는 아주머니 자신을 위해 사세요.”
“아주머니의 인생에 자식이 전부는 아닐 겁니다. 그동안 송유진을 위해 십수 년을 바치셨으니, 이제는 아주머니를 위해 사셔야 해요.”
물론 이런 말이 정은숙의 귀에 들어올 리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백아린은 그래도 최소한의 경고는 남기고 싶었다.
그러자 정은숙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고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 같은 앙상한 몸으로 위태롭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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