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백아린은 순간 멍해졌다.
‘뭐야? 왜 내가 상상했던 거랑 전혀 다르지?’
강태준 같이 고고한 사람이라면 절대 아무렇게나 여자 몸에 손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그는 멈추질 않는 걸까?
강태준이 마치 배추나 두부를 만지는 듯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굴자 백아린은 속으로 망했다 싶은 심정이 들었다. 게다가 이미 내민 손은, 아니, 엎지른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지 않나.
그녀는 재빨리 눈을 굴리며 손 방향을 바꿨다. 강태준의 손이 이제 막 자신의 가슴에 닿으려던 찰나 툭 하고 방향이 꺾이며 대신 자신의 볼 위에 내려앉았다.
“믿기지 않으면 봐요. 제 얼굴이 아직도 이렇게 뜨겁잖아요. 너무 놀라서 아직도 정신이 오락가락한다고요.”
백아린은 촉촉한 눈망울을 굴리며 말했다.
“이렇게 더운 날에 네 얼굴이 안 뜨겁겠냐?”
강태준은 가볍게 웃으며 받아쳤다.
“에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요. 중요한 건 제가 어떻게 해야 태준 씨가 저를 용서해 주실 건지지요.”
백아린은 큰 눈을 껌뻑이며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혹시라도 자신이 감당 못 할 소리를 할까 봐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덧붙였다.
“저 지금 멘탈이 바닥이라고요. 게다가 이틀 뒤면 모의고사예요. 자칫하면 거북이 탈 쓰고 운동장 기어다녀야 할지도 몰라요. 보세요, 오늘 하루 종일 밥맛도 없어서 사람 꼴이 이 모양이에요. 살이 쏙 빠졌다니까요.”
강태준은 그녀의 통통한 볼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어찌나 귀여운지, 눈빛이 절로 부드러워졌다.
“걱정하지 마. 나 그렇게 못된 놈 아니야. 매일 아침 집이랑 차 안에 있는 꽃만 새 걸로 바꿔주면 돼. 다른 건 필요 없어. 네가 가져온 제비꽃이면 돼.”
“네?”
백아린은 속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물론 학명은 ‘제비꽃’이 맞지만 일상에선 다들 그 꽃을... 에헴, 차마 말은 못 꺼내겠네. 언젠가 그걸 알게 되면 태준 씨가 내 목을 조르진 않을까?’
“왜? 불만 있어?”
강태준이 한쪽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
“아뇨, 전혀요! 매일 바꿔드릴게요. 매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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