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화 재밌는 구경
백아린은 준비물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전생에서 별별 일을 다 겪었지만 이렇게 전교생 앞에서 강연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속으로는 살짝 긴장했다.
교내 방송이 울리자 모든 반 학생들이 차례차례 운동장으로 모여들었고 A반도 두 줄로 나뉘어 달려 나갔다.
하지만 백아린은 그 줄에 없었다. 그녀는 손에 짐을 들고 담임과 함께 교무실로 향했다.
모든 반이 이미 운동장에 집합하고 교사와 학생이 모두 빠져나간 복도는 적막했다. 그 고요 속에서 교무실로 향하는 백아린의 발걸음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멀리 계단 아래에서 지켜보던 학생들은 높은 곳을 향해 오르는 백아린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애가 정말 이번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했다고? 그것도 반 전체를 1등으로 만들었다고?’
한때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에게 미운털 박혀 있던 백아린이 이제는 영광스럽게 교무실로 불려 들어가다니 그야말로 믿기 힘든 장면이었다.
교무실에 들어서자 소영철과 여러 선생님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그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지만 백아린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물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따로 준비할 게 있나요?”
소영철이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아니 그냥 네 수업 진행 계획이 궁금해서 말이지. 우리가 뭘 더 준비해야 하나 해서.”
백아린은 고개를 저었다가 문득 떠오른 듯 덧붙였다.
“아, 맞다. 오늘 햇볕이 너무 강해서... 그늘막을 설치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땡볕에 오래 서 있으면 자신도 버티기 힘들지만 학생들은 더 지칠 게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다들 강연이 빨리 끝나기만 바랄 뿐, 내용에 집중할 마음이 사라질 것이 뻔했다.
소영철은 잠시 난색을 보였다.
“학교에 큰 그늘막 천이 있긴 한데 거의 안 써. 설치하고 치우는 게 번거롭고 어차피 연설은 몇 분이면 끝나잖아. 굳이 번거롭게 할 필요가 있나?”
백아린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몇 분이 아니라, 최소 20분 이상 서 있어야 해요. 월요일과 주말의 조회, 거기에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 말씀까지 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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