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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강영시에 머물다

사람들은 장옥희에게 못마땅한 눈길을 보냈고, 누군가는 참다못해 잔소리까지 덧붙였다. “아니...!” 장옥희는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이를 바득바득 갈며 백아린에게 말했다. “두고 봐.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살벌한 경고를 남기고 뒤돌아서 자리를 뜨려고 했다. “벌써 가시려고요?” 백아린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제 팔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정신적 피해 보상은 둘째치고 치료비 정도는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할머니랑 손녀 둘이서 살아가기도 바쁜데 다 큰 어른이 학생을 괴롭혀서 되겠어요?” 사람들 틈에서 누군가 맞장구쳤다. 장옥희는 머리털이 쭈뼛 곤두섰다. 백아린의 손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는데 오히려 얻어맞고 이젠 돈까지 줘야 한다니? “꿈도 꾸지 마! 절대 안 줘! 차라리 경찰한테 신고해. 어차피 돈 줄 일은 없을 테니까.” 그리고 악다구니를 퍼붓듯 고함을 지른 뒤 자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수군대는 걸 보자 아예 문을 쾅 닫고 장사마저 접었다. 백아린은 시종일관 무덤덤했고, 이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장옥희의 명성은 작은 시골 마을에서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깟 치료비를 받는 것보다 이런 결과가 훨씬 더 속이 후련했다. 한편, 맞은편 카페 2층.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한지석은 연신 사진을 찍었고 당장이라도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박수 칠 기세였다.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겨우 18살짜리 여자애가 40대 아주머니를 이렇게 무력하게 만들다니. 게다가 때리는 요령까지 알고 있었다. 어쩐지 까다롭기로 유명한 대표님이 그녀를 약혼녀로 골랐다고 했다. ‘이건 꼭 대표님께 보고해야 해.’ 곧이어 이메일에 접속해 모든 사진을 강태준에게 전송했고, 감정을 담아 사건의 전말을 상세히 설명까지 했다. 강영시 공항. 키가 190cm에 가까운 강태준이 앞만 보고 VIP 통로로 걸어가고 있었다. 검은색 맞춤 정장을 입은 남자는 완벽한 비율의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고 시크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슈트 차림의 경호원이 캐리어를 끌고 뒤를 따랐고, 이로 인해 그의 카리스마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강태준이 지나가는 곳마다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어떤 여자들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며 연예인이 아니냐고 수군대기도 했다. 정작 본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이때, 바지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하는 순간 짙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발걸음을 멈추고 선글라스를 벗었다. 시선은 휴대폰 화면에 고정했다. 사진 속 백아린은 무덤덤한 얼굴로 피 흘리는 팔을 감싸 쥐고 있었다. 상처를 보는 순간 강태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내 뒤따라오던 경호원을 향해 지시했다. “비행기 표 취소해. 그리고 할아버지께 당분간 강영시에 머물 거라고 전해.” 말을 마치고 우아한 손짓으로 선글라스를 다시 쓰고는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일거수일투족이 마치 화보 촬영을 보는 듯했고, 주변에서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앞서 있던 경호원이 재빨리 따라붙으며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하지만 금정시에 가서 협력 건을 논의하기로 하셨잖아요. 무려 200억짜리 프로젝트인데...” “유정운 보고 처리하라고 해.” 강태준은 딱 잘라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추금선은 백아린도 잘못이 있다는 걸 알고 구경꾼들을 돌려보낸 다음 함께 2층으로 올라갔다.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 앉았다. 추금선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아린아, 이게 뭐 하는 짓이니? 아무리 옥희에게 복수한다고 한들 네 몸을 다치게 하면 어떡해?”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 멀쩡해요. 정말이에요, 보세요.” 백아린은 웃으며 팔을 식탁 위에 올렸다. 그리고 물티슈를 꺼내 조심스럽게 닦기 시작했다. 팔에 있던 멍 자국과 피는 말끔히 닦여 나갔고, 심지어 살에 박힌 것처럼 보였던 빗자루 모도 사실은 투명 쌍꺼풀 테이프였다. 전생에 스트리머로 활동한 그녀는 종종 메이크업 튜토리얼 라이브 방송을 했기에 특수 분장에도 꽤 능숙했다. 하지만 지금 시대 사람들은 화장이 그렇게까지 리얼할 수 있다는 걸 상상도 못 했기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안 다쳤다니 다행이구나.” 추금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장옥희를 떠올리고 다시 물었다. “그럼 옥희는 어떻게 된 거니? 아까 보니까 엄청 세게 때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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