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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장

성지현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 “요즘 은우가 계속 날 피하더니 오늘은 아예 말도 없이 체크아웃하고 떠나버렸어요. 귀국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확실한 건 내가 웃음거리가 됐다는 거예요. 서하윤의 진짜 모습을 깨닫고 결국 날 사랑하게 될 거라면서요?” 하정희는 침착하게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 “내 말 믿어. 요즘 널 만나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야. 어쩌면 서하윤이 중간에서 훼방을 놨거나 다른 스케줄이 있었을 거야. 게다가 해외에서는 워낙 시간이 빠듯할 거잖아. 세명시로 돌아오면 넌 네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어.” “그래요. 한 번만 더 믿어볼게요. 하지만 한 달 뒤에도 변하는 게 없다면 아줌마는 대가를 치러야 할 거예요.” 하정희는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물론이지.” ㅡㅡ 본가. 최금주는 집을 찾아온 몇몇 사람들을 차가운 얼굴로 대했다. 잘못을 저질러놓고 그녀를 찾아오면 다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나? “날 찾아온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 난 이제 한쪽 발은 관 속에 들어간 사람이고 말발도 통하지 않아요. 은우는 원래부터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란 걸 아주버님도 잘 아시잖아요. 이번에 지나치지만 않았더라도 은우가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예요.” 차성국의 안색도 좋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는 늘 집안 어르신으로 아랫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번 병원에서 이미 그녀에게 무시당한 데 이어 오늘도 먼저 찾아왔음에도 똑같이 냉대를 받고 있었다. 잘난 척하긴! 그는 화를 참으며 말을 이어갔다. “요즘 많은 일이 발생한 건 사실이지만 한두 마디 말로 누구의 잘못이라 단정할 수 없어. 은우도 완전히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 가족에게 그리 매정한 애가 세상에 어딨어. 제수 말에 따라 평범한 출신의 여자를 아내로 받아들인 건 그렇다고 쳐. 하지만 어떻게 가족을 이렇게 내몰아? 너무한 거 아니야? 제수는 은우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니 제수 말은 그래도 들을 거야.” 도움을 구하러 온 사람이 당당한 태도를 취하며 자기 잘못은 가볍게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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