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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장

가로등 아래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예전에는 한 번도 F국에 와서 촬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모든 게 마치 꿈 같아요. 7, 8년 전에 언젠가 여우주연상을 받는 걸 소원했었는데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물론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란 걸 알아요. 전 아직 멀었거든요.” 조예은은 손에 와인 잔을 든 채 뭔가 고민이 있는 듯했지만 그래도 계속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서하윤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랄게요.” “고마워요.” “조예은 씨 연기력은 누가 봐도 인정할 거예요. 그날이 머지않았어요.” 강은별도 진심을 담아 말했다. 강은별은 조예은이 미모도 뛰어나고 연기력도 겸비했으며 인기까지 점점 더 상승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인기를 등에 업고 조예은이 계속 연기력을 갈고닦는다면 여우주연상이 그녀에게 오기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곽경훈의 후원이 있으니 그 소원이 곧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었다. 조예은은 강은별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면 그저 입에 발린 소리라고 생각했겠지만 강은별의 얼굴을 보니 그녀가 진심으로 그녀를 축복해 주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강은별은 지금 자신과 곽경훈 사이의 관계를 알고 있음에도 진심으로 그녀를 축하해주고 있었다. 그제야 왜 곽경훈이 강은별을 쉽게 잊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조예은이 부족한 게 아니라 강은별에게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고마워.” 조예은의 말이 끝나자 초인종이 울렸다. 초인종 소리에 조예은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제 그녀의 ‘도구 역할’도 끝난 것 같았다. “제가 문 열게요.” 조예은은 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그녀가 가장 부러워하는 건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하는 톱여배우들이 아니라 바로 강은별이었다. 곽경훈이 이렇게까지 애써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오직 강은별뿐이었다. 문을 여는 순간 그녀는 곽경훈을 보았다. 곽경훈은 방 안을 한 번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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