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온채하는 겨우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더는 배승호 때문에 울고 싶지 않았기에 억지로 웃으며 배도윤을 살짝 밀어냈다.
“오빠, 고마워요. 저 정말 괜찮아요.”
온채하는 별장 단지 안으로 들어섰다. 멍한 머리로 손을 뻗어 벽 스위치를 찾기도 전에 소름이 돋았다. 거실 불 꺼진 소파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큰 창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으나, 낯선 기척에 온채하는 한 걸음 물러섰다. 그대로 문 쪽으로 뛰쳐나가려는 순간, 남자가 번개처럼 다가와 그녀를 문짝에 몰아붙였다.
익숙한 체취가 코끝을 스쳤고, 온채하의 눈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의 어깨를 세차게 내리쳤다.
“배승호, 또 왜 이래? 미쳤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남자를 붙잡고 사는 걸까.
배승호는 대답 대신 문을 닫아걸고 온채하를 틀어쥔 채 서 있었다. 숨결에는 폭풍 같은 살기가 배어 있었다.
온채하도 결국 화가 치밀어 몸부림쳤다.
“놓으라고 했잖아! 놔!”
바지춤이 거칠게 끌리자 온채하는 몸이 굳었고, 겁에 젖어 움직이지 못했다. 배승호가 손끝으로 그녀의 뺨을 건드렸다. 손바닥에 묻어나는 눈물에 그는 눈꺼풀을 내려 깜박였다. 이내 묵묵히 그녀의 바지를 다시 끌어 올렸다.
숨을 돌린 온채하는 그대로 몸을 돌려 그의 뺨을 후려쳤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보니 배승호의 눈동자에는 폭풍이 몰려 있었다. 온채하는 손찌검을 하고도 심장이 욱신거렸다. 아픈 이유는 연민이 아니라 너무도 억울해서였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불도 켜지 않은 채 계단 쪽으로 발을 떼었다.
“뭐가 그렇게 급해?”
그가 비웃듯 물었다.
온채하는 돌아서서 물었다.
“뭐가?”
배승호는 낮게 웃었다.
“왜 모르는 척해? 네가 무슨 짓 했는지 잘 알잖아.”
온채하는 자신이 너무 우스워 씁쓸한 웃음이 터졌다. 발끝에서 솟구친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이 뻔히 느껴질 만큼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 너무나 선명했다.
배승호와 싸울 때마다 온채하는 언제나 스스로가 가장 경멸하던 이성 없는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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