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온채하는 그 전화벨 소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배승호가 송원 별채에 누군가를 숨겨 두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때, 그의 휴대폰을 뒤져 이 전용 벨소리를 외워 두었기 때문이다.
전화 너머에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배승호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섬뜩해졌다.
“알았어. 금방 갈게. 먼저 찾아봐.”
그곳에 사는 여자가 사라진 모양이었다.
온채하는 그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송원 별채는 사방이 경비로 둘러싸여 있어 감히 접근조차 못 했다.
처음 몇 달간 그곳에서 걸려 오는 전화가 아주 잦았는데, 들으니 성격은 까다롭고 몸도 약해 배승호가 간신히 운성 빌리지에 돌아오는 날마다 꼭 상태가 나빠졌다. 참 절묘하기도 하지 않는가.
전화를 끊은 배승호는 성시현에게 짧게 지시했다.
“길가에 차 세워.”
차가 멈추자마자 온채하는 알아서 문을 열고 내렸다.
“뭐 하는 거야?”
배승호의 목소리는 살얼음 같았다.
온채하는 대꾸도 없이 문을 쾅 닫고 앞으로 걸어갔다. 밤길에는 차량이 드물었지만 가로등은 밝았다. 여자 혼자 걷기에는 불안했지만, 그 두려움은 지금 가슴속 서늘함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었다.
몇 걸음 가지 않아 경적이 울렸다. 눈시울이 순간 뜨거워져 고개를 돌렸지만, 그 차는 배승호의 것이 아니라 배도윤의 차였다. 바로 전까지 품었던 한 줄기 기대가 부끄러워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오빠, 어떻게 오셨어요?”
온채하는 목이 메어 숨이 갈렸다.
배도윤이 차 문을 열며 휴지를 건넸다.
“방금 할머니 뵙고 오는 길이야. 너 승호랑 같이 있었던 거 아니야? 일단 타. 며칠 전 재원에서 여자 혼자 있다가 강도당한 사건도 있었어. 위험해.”
차에 오른 온채하는 속까지 냉기가 어렸지만 이상하리만큼 침착했다. 배도윤과 배승호는 일을 놓지 않는 성격이라, 둘 다 무릎 위에 계약서와 파일을 늘 올려두고는 했다.
“승호도 참, 이렇게 늦었는데 너를 혼자 보내다니.”
떨리던 손끝이 가라앉자 온채하는 입술을 비틀며 말했다.
“오빠, 그 사람 얘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
배도윤의 눈빛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