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진여울은 언제나 공손한 메시지로 안부를 물었다.
가장 힘겨웠던 시기, 온채하는 그 메시지들에 가장 날카로운 말로 응수했고, 그 대답은 캡처되어 진여울이 속한 단체방 곳곳으로 퍼졌다. 그래서 독한 여자라는 온채하의 이미지는 사람들 뇌리에 더욱 깊이 박혔다.
온채하는 진여울이 미묘한 방식으로 자신을 서서히 무너뜨리려 한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지난 3년 동안 온채하가 편안했던 날은 하루도 없었다.
그녀는 답장을 하지 않은 채 화장실에서 30분을 버틴 뒤 겨우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병원 입구에서 택시를 잡으려던 순간 차 한 대가 앞을 가로막았다. 재원시에는 하나뿐인 1자 번호판을 가진 배승호의 차였다. 유리창이 내려가며 배승호의 얼굴이 드러났다.
“타.”
온채하는 못 들은 척 차를 빙 돌아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나 몇 걸음 못 가 차 문 여닫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손목이 붙잡혀 뒤로 확 끌렸다. 순간 피비린내가 훅 끼쳤고, 시선이 본능적으로 그의 손으로 향했다. 그의 손에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고 붉은 자국이 그녀의 팔목에까지 묻었다.
온채하는 미간을 팍 찌푸리며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며 그를 급히 밀어내려고 했다. 교통사고 이후에는 피만 보면 몸이 본능적으로 거부해 속이 뒤집혔으니까.
배승호는 그 사실을 아는 터라 짧은 욕설을 내뱉고는 다친 손을 뒤로 숨겼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하지만 온채하는 이미 자극된 듯 버둥거리며 말했다.
“이거 놔.”
배승호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온채하, 너 언제까지 이럴 거야?”
온채하는 대꾸 대신 구역질을 참으며 가방에서 소독 티슈를 꺼냈다. 팔목을 닦아내고 또 닦았지만 비릿한 냄새는 살에 스민 듯했고, 결국 옆 기둥에 몸을 기대 토해 버렸다.
어지럼증이 몰려드는 순간, 배승호가 그녀를 끌어안아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내려놓으라니까!”
결혼 초기 2년을 빼면, 둘이 만난 횟수 자체가 손에 꼽혔고 만날 때마다 언성부터 높아졌다. 작년에는 배승호가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