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온채하는 한참 우물쭈물한 다음에야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도윤 오빠가 회사 근처에 집을 하나 비워 뒀대요. 앞으로 몇 년은 안 쓴다며 당분간 저보고 지내라고 했어요.”
김연주는 그제야 숨을 돌리며 혀를 찼다.
“도윤이가 제 아내 챙길 줄 모르는 어떤 놈보다 훨씬 낫네.”
온채하는 입술을 힘없이 당기고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은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눴다. 김연주는 원래도 기력이 약했는데 오늘은 한층 더 쇠약해 보였다. 하품까지 새어 나오자 온채하는 말했다.
“할머니, 오늘 밤 제가 지킬게요.”
“그럴 것 없다. 간병인이 있는데 뭘. 다른 애들도 다 돌려보냈어. 채하 너도 네 일이나 챙겨. 시간 나면 승호랑 아이나 하나 만들어. 그놈은 요즘 하는 꼴이 가관이야. 내가 한마디 하면 두 마디로 받아치는데 아비가 되어 봐야 철이 들겠지.”
온채하는 대답만 얼버무리고 병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모서리를 돌기도 전에 조예림과 배승호의 대화를 듣고 걸음을 멈췄다.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네 형이 아직도 여자 하나 못 데려오는 것도 답답한데, 너는 결혼한 지 3년이 되도록 애도 없고. 온채하가 싫으면 진여울하고 애를 낳던가. 나는 그 애가 훨씬 보기 편하더라. 아니다 싶으면 그냥 이혼해, 진여울 안쓰럽게 만들지 마. 걔 너만 기다리는 거 몰라?”
배승호는 벽에 기대 팔짱을 낀 채 무심한 표정이었다.
조예림은 한숨을 쉬며 다시 다그쳤다.
“너 진여울을 좋아는 하니? 괜히 허송세월 보내게 하지 마. 나는 네 형 때문에 속이 타들어 가는데, 네 형 주변에는 여자 그림자도 없어. 너라도 진여울이랑 애 하나 만들어야 내 속이 좀 놓인다.”
“알았어요.”
배승호는 짧게 대답하고 창밖 짙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늦었어요, 어머니. 얼른 돌아가 쉬세요.”
그 한마디에 조예림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역시 내 아들밖에 없네. 그럼 온채하랑은 빨리 정리해. 진여울한테는 우리가 원래도 빚진 게 많아. 더 이상 상처 주면 안 돼.”
“네.”
조예림은 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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