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성시현은 뭔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상대가 전화를 끊어 버렸다. 성시현은 룸미러 너머 배승호와 눈이 마주치자 멋쩍게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배승호는 싸늘하게 웃으며 눈가에 조롱을 띠었다.
“누가 걔한테 전화하래? 걔는 내가 빨리 죽어 줘야 좋아하는 놈이랑 붙어 있을 수 있는데, 걱정할 리가 없잖아.”
성시현은 묵묵히 핸들을 더욱 꽉 잡았다.
‘이제 운성 빌리지로 갈까, 병원으로 갈까?’
배승호는 차 천장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실내등과 스쳐 가는 차량 전조등 사이로, 그의 눈에는 스스로를 혐오하는 기색이 비쳤다. 한참 뒤에야 그는 낮게 말했다.
“운성 빌리지로 가.”
“하지만 대표님 손이...”
“괜찮아.”
성시현은 어쩔 수 없이 집 쪽으로 차를 돌렸다.
집에 도착한 지 10분도 채 안 되지 않아 본가에서 전화가 왔다. 김연주가 밤 산책 중 넘어져 병원에 있다는 소식이었다. 배승호는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배씨 가문 산하에는 고급 병원이 몇 군데 있어 집안일이 생기면 늘 이곳을 찾았다.
온채하는 연락을 받고 급히 옷을 갈아입고 병원으로 달려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배승호가 보였지만, 그녀는 못 본 척 병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자신을 전염병 피하듯 도망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배승호는 괜히 속이 뒤숭숭했다.
온채하는 곧 김연주의 병실 앞에 도착했다. 김연주의 얼굴은 조금 창백했지만 침대 곁의 배씨 가문 식구들에게 담담히 말했다.
“나는 괜찮아. 계단 내려오다가 잠깐 발을 헛디뎠을 뿐이야. 다들 돌아가.”
배승호의 어머니 조예림은 김연주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어머님, 앞으로 밤에는 혼자 나가지 마세요. 저희 진짜 심장 떨어질 뻔했어요.”
김연주는 손사래를 치며 문 쪽을 살폈다. 온채하를 보자 눈이 반짝였다.
“우리 채하도 왔구나. 몸도 성치 않은 애가 왜 왔어. 누가 전화했니?”
온채하는 배씨 가문 식구들 앞에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게다가 방 안에는 여럿이 모여 있었다.
‘할머니 말씀 무슨 뜻이지? 나한테 전화하라고 하신 게 아니었나?’
온채하가 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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