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8화

그 말이 터져 나오자 병실은 순식간에 정적에 잠겼다. 신우혁은 다리가 부러진 몸으로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도 그 말에 기겁해 당장이라도 뛰어내리려 했다. 전지혜가 급히 부축하려 다가갔지만, 그는 거칠게 손을 뿌리쳤다. “우혁 오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지혜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그였지만, 이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자신이 어렵게 얻은 자리가 무너질까 하는 두려움만이 가득했다. 그는 허둥지둥 온이윤을 향해 눈을 돌리며 발뺌했다. “여보, 채하 말 믿으면 안 돼. 다 헛소리야. 얘가 나를 원래부터 싫어하는 거 너도 알잖아. 괜히 날 모함하는 거라고.” 하지만 온이윤의 시선은 손에 쥔 사진에 꽂혀 있었다. 그녀가 병상 앞에서 밤을 꼬박 새워 간호하고 있던 바로 그때, 단 10분도 안 되는 틈을 타 신우혁은 전지혜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있었다. 손끝이 떨렸다. 이성을 붙잡아야 했다. 따져야 했다. 추궁해야 했다. 하지만 몸이 먼저 무너져 내렸다. “언니!” 온채하는 다급히 외치며 의사를 불렀다. 몇몇 의사들이 온이윤에게 응급 처치를 했다. 온이윤에게 신우혁은 삶의 전부였다. 어린 시절의 불행도, 양부 집안에서 겪은 고통도, 이 남자와의 결혼으로 덮으려 애써왔다. 그가 곁에 있다는 것 하나로 버텼는데, 이제 그 버팀목이 무너졌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그녀는 오히려 바랐다. ‘그냥 이렇게 죽어버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어린 날의 불운도, 양부 집안에서의 치욕도, 이 결혼의 배신도 전부 잊고, 차라리 저승에서 망각의 강을 건넌다면 얼마나 편할까. 그녀의 인생은 너무나 고달팠다. 겨우 약간의 달콤함을 붙잡아 보려 했는데, 세상은 끝내 그것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언니!” 온채하는 애타게 불렀다. 의사들은 차분히 손을 놀리며 응급 처치를 이어갔다. 한편 신우혁의 병실. 그는 여전히 창백한 얼굴로 전지혜를 노려보았다. “내가 뭐라고 했어? 절대 온채하한테 우리 관계 들키지 말라고 했잖아.” “대체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 거예요? 오빠, 원래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