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4화
사람은 하나의 거짓말을 덮기 위해 수많은 거짓말을 하는 법이다.
아이의 문제는 너무 큰 일이었던 탓에 온 세상에 시끌벅적하게 떠들어댔다.
할아버지만 전화한 게 아니라 어머니인 조예림도 그에게 20통이 넘는 문자를 보내왔다. 전부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배승호에게 어리석다며 꾸짖었다.
그 말에 순간적으로 긴장한 진여울이 주먹에 힘을 꽉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배승호가 온채하에 대한 감정을 모두 잊은 채, 그녀를 낯선 사람 보듯 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 생각만으로 진여울은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낼 용기가 생겼다.
“승호야, 온채하랑 어떤 사이였는지 기억해?”
“대충 기억 중이야.”
“그래, 일부만 기억 중이지. 네 기억이 완전하지 못해서 나랑 해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다 까먹은 거야.”
진여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한테 죄책감을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 어쩌다 보니까 숨기게 됐어. 하지만 채연희는 내 정신과 상담의니까 털어놨거든. 아마 채연희가 실수로 다른 사람한테 한 말이 할아버지 귀에까지 들어간 것 같아. 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그래서 내가 온채하랑 이혼하고 너랑 결혼해야 한다는 거야?”
그 말을 내뱉는 배승호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감정의 기복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절차를 묻는 듯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진여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지만 지금 배승호의 심리 상태를 짐작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속눈썹을 내리깐 채 진지하게 몇 초간 생각하다가 눈물을 흘렸다.
“승호야, 네가 계속 온채하를 사랑하는 한, 나는 너랑 결혼하지 않을 거야. 그냥 먼 발치에서 두 사람을 응원해 줄게. 하지만 언젠가 더는 사랑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온다면 옆에 있는 나도 한 번쯤은 봐 주면 안 될까?”
여자가 이런 식으로 비참하게 애정을 갈구하면 어떤 남자든 동정심을 느끼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배승호는 보통 남자가 절대 아니었다.
그는 오직 한 가지 포인트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정확히 어느 시점에 네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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