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진여울의 눈에 의심이 스쳤다.
‘배승호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지 않고 질질 끌고 있다니? 말도 안 돼.’
그동안 자신이 지켜본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깨졌고 배승호는 운성 빌리지에도 거의 들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본인이 몇 년간 해외에 있었던 건 맞지만 배승호는 출장도 많았고 두 사람은 종종 만났다. 그런데 배승호가 먼저 온채하 이야기를 꺼낸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이미 다 잊은 게 분명했다.
진여울의 눈빛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온채하는 임지연을 자기 뒤로 살짝 끌어당긴 뒤 부드럽게 말했다.
“지연아, 여울한테 사과해.”
그러자 임지연은 충격에 몸을 떨며 소리쳤다.
“내가 왜 저 뻔뻔한 불륜녀한테 사과해야 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승호의 냉랭한 목소리가 울렸다.
“임씨 가문은 자식 교육을 이렇게밖에 못 했나? 네 엄마도 네가 지금 하는 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겠지?”
임지연은 온몸이 굳고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온채하는 알고 있었다. 지금의 배승호는 배씨 가문에서 큰형 배도윤과 맞먹을 만큼 힘이 막강했고 자기 회사를 곧 배성 그룹에 버금가게 키우고 있었다. 업계에서 그의 모든 말과 행동이 주목받는 상황이었다.
불과 3년 만에 업계 최고의 신성으로 떠올랐고 언론은 그의 사업 감각이 섬뜩할 정도라고 평가했다.
배승호는 수단도 뛰어나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았다. 감정 문제만 빼면 거의 흠 잡을 데가 없는 인물이었다.
만약 임지연이 그를 진짜 화나게 했다면 그는 손가락 한 번 까딱해서 그녀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도 있었다.
온채하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배승호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말했다.
“승호야, 내가 지연이 대신 여울한테 사과할게. 그리고 너한테도 미안해. 이 일은 여기서 마무리해 주면 안 될까?”
그러자 배승호가 갑자기 웃었다.
“네가 대신 사과한다고? 그저 가볍게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면 끝이야? 커피가 그렇게 뜨거운데 무릎이라도 꿇어야 하지 않겠어?”
“좋아. 그러면 꿇을게.”
온채하는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했고 곧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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