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0화
온채하는 오늘 밤 정말 술에 취해 있었고 지금도 술기운 때문에 평소보다 말이 더 많이 나왔다.
그러던 중,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까지 났다. 속이 쓰릴 정도로 배가 고파서 빨리 아래층으로 내려가 뭐라도 먹어야 했다.
“온채하, 나 머리 아파. 제발 약 좀 가져다줘.”
그는 갑자기 뒤로 몇 걸음 물러나더니 침대 옆에 앉아 등을 기대며 말했다. 두통에 시달리기 시작한 배승호의 입술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던 온채하는 이 장면을 보지 못하고 그저 매정하게 말했다.
“직접 가서 가져 와.”
온채하는 그대로 아래층까지 내려가 식사를 시작했다.
가정부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온채하는 식사를 마치고도 수프를 두 그릇이나 더 마셨다. 그제야 술기운 때문에 울렁거리던 속이 조금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성시현이 거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서류를 보니 급하게 집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모양새였다.
그는 온채하를 지나쳐 2층으로 올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채하는 성시현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사모님, 대표님 곧 있으면 쓰러지실 것 같습니다.”
온채하는 들고 있던 그릇을 천천히 내려놓더니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러 갔다.
성시현은 서재에서 약병 하나를 꺼내 몇 알을 덜더니 배승호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눈을 꼭 감고 있는 그는 속눈썹 하나 떨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온채하는 문 앞에 서서 배승호가 입을 벌리고 약을 삼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약은 온채하가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약이었다.
‘위장약인가? 아니면 비타민?’
둘 다 아닌 것 같았다.
성시현은 따뜻한 물 한 컵을 들고 와 배승호에게 건네주었다.
배승호는 물을 마시지 않고 천천히 눈을 떠 온채하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눈치 빨랐던 성시현은 빠르게 물컵을 옆에 내려놓고는 자리를 떠나 버렸다.
아까보다는 술이 조금 더 깬 온채하는 배승호와 굳이 말을 섞지 않고 혼자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시작했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