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9화
“할머니가 안에 계셔.”
배승호는 간단하게 대답만 했다. 방 안의 가구들은 모두 숯덩이가 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김연주가 머물렀던 방의 불길이 가장 거셌던 탓에 일부 금속 지지대를 제외하고는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법의학자가 현장에 도착해 경험을 바탕으로 탄화된 뼛조각이나 치아 등을 찾고 있었다.
현장에는 법의학자와 소방관이 함께 와 있었고 어젯밤 불에 타 사망한 스님도 몇 명 있었다.
진여울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갑자기 온채하에게 꽂혔다.
“채하 씨 아래쪽에서 올라왔죠. 할머니 방 창문이 아래 연못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채하 씨 혼자 목숨 건질 때 할머니 모시고 올 생각도 안 했나 봐요? 온채하 씨, 정말 이기적이시네요!”
온채하는 돌 탁자에 기대어 본능적으로 반박해 보려 했다.
하지만 입을 여는 순간 쉰 소리만 나오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몰랐던 것은 절의 스님들의 생활이 너무 규칙적이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큰불에 놀라 깨어봤을 때는 이미 밖으로 도망친 진여울이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필사적으로 김연주를 구하려다가 소지혁과 다른 사람들에게 저지당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연기에 중독돼 기절한 그녀가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세 시간 뒤였다.
진여울은 계속해서 통곡했고 눈은 어느새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소지혁은 그저 침묵을 유지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진여울은 계속해서 온채하를 바라보며 비난을 퍼부었다.
“할머니가 얼마나 잘해주셨는데, 어떻게... 어떻게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가요? 온채하 씨, 채하 씨는 지금 할머니 호의에 큰 죄를 지어버린 거예요.”
말을 마친 진여울은 새하얗게 질린 입술로 배승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승호 오빠, 오빠도 힘든 거 알아.”
배승호는 까맣게 타 버린 눈앞의 현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채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무의식적으로 배승호의 옷자락을 잡아끌며 말했다.
“아니야.”
목소리는 한껏 쉬어 있었고 눈앞은 계속해서 어두워졌다.
화가 난 진여울이 벌떡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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