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4화
하지만 어떻게 손이 떨리지 않을 수 있을까?
칼끝이 피부를 뚫고 피가 번지자 온채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날카로운 칼날을 움켜쥐었다.
그의 가슴에서는 피가 흘러내렸고 그녀의 손가락에도 길고 깊은 상처가 생겼다.
이 광경을 본 배승호는 순간 그녀의 손을 붙잡았던 힘을 풀고 과도를 빼앗아 침대 밑으로 던져 버렸다. 곧장 그녀의 다친 손을 잡아 꼼꼼히 살펴보았다.
온채하는 사실 통증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했지만 그는 무언가에 자극받은 듯 그녀를 와락 껴안더니 그대로 밖으로 향했다.
병원은 국내든 해외든 늘 불편한 기운을 풍겼다. 그녀의 손바닥은 의사들에 둘러싸여 꿰매어졌다.
이곳에서는 영어와 프랑스어가 뒤섞여 사용되었고 그녀는 영어는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프랑스어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병실 안에는 두 언어가 엇갈려 울려 퍼졌고 배승호는 그 속에서 영어와 프랑스어를 번갈아 쓰며 날카롭게 맞받아쳤다.
그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한 의사의 멱살을 잡기까지 했다.
의사는 손을 휘저으며 연신 설명을 시도했다.
온채하는 마치 모든 것을 구경하는 방관자 같았다. 그러나 이내 배승호의 시선이 사람들을 뚫고 곧바로 자신에게 꽂히자, 느린 반응으로 살짝 움츠러들었다가 곧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그녀의 손 치료는 이미 끝나 있었다. 의사가 배승호의 가슴을 가리키며 치료가 필요하다는 제스처를 취했으나 그는 무시하고 그녀 곁에 쭈그려 앉았다.
“아파?”
온채하는 의자에 앉아 그의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잠옷을 적셔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배승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프냐고 물어보잖아. 벙어리라도 됐어?”
그는 쭈그려 앉아 이미 붕대가 감긴 그녀의 손을 다시 붙잡았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끝을 매만지자 온채하는 비로소 정신이 드는 듯했다. 그가 의사와 주고받는 대화를 듣고 나서야 그녀의 손가락이 얼마 전 다쳐 이제 막 아문 상태인데 혹시 후유증이 생길까 걱정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의사의 영어와 프랑스어가 섞여 난해했지만 배승호는 모두 이해하는 듯했다.
그는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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