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5화
서지한은 잠시 망설이더니 차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일단 들어와서 얘기하죠.”
온채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차에 올라탔다.
운전기사도 다시 차로 돌아와 예약해 둔 호텔로 향했다.
회의가 많았던 서지한은 온채하를 차에 태우고도 대화를 진행할 만한 틈이 없었다. 그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계속해서 상대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렸다.
“그 일들은 당분간 신경 안 써도 됩니다. 서진우는 원래 충동적인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못 들은 척하면 그만이에요. 우리도 어떻게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고만 해주세요.”
서지한의 손가락을 노트북 위를 바쁘게 두드리며 다른 고위층 임원들에게 답장을 보내고 회의 두 개를 동시에 진행했다.
“알고 있습니다. 가만히 못 있을 거라는 건 저도 진작 알고 있었죠. 할아버지 수완이 뛰어나지 않았다면 진작 반기를 들고 일어났을 사람들이에요. 일단 지켜보기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어떤 빌미도 던져주지 마세요.”
“음, 해성 쪽은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그쪽도 상황이 꽤 복잡해요. 정말 고모를 찾으려는 어르신들 그 몇 명뿐이고 나머지는 그냥 물타기나 하고 있는 게 다예요. 어르신들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살인 사건으로 번질지도 몰라요. 결국, 고모가 어떤 식으로 실종됐는지는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니까요.”
그의 손가락은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다가 상대 쪽에서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던져온 것인지 잠시 손을 들어 미간을 가볍게 문질렀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죠. 이성찬 씨가 요즘 제정신이 아닌 것 같으니까 공해 쪽은 제가 계속 예의주시하겠습니다.”
서지한은 전화를 끊은 후에도 시선을 노트북에 고정한 채, 지치는 법을 까먹은 로봇처럼 끊임없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온채하는 옆에서 가만히 앉아 감히 방해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때, 서지한이 먼저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 있었어요? 옷이 찢어진 것 같은데.”
서지한에게는 한꺼번에 여러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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