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5화
[주황색 작은 인형은 내가 깨끗이 씻어 놨어. 옷장에 걸린 옷들은 아직 포장도 안 뜯은 게 많더라. 그런데 왜 한 번도 안 입었어? 전에 집사한테 물어봤더니 단 한 벌도 입은 적 없다고 하던데... 도대체 왜 그래? 네가 애초에 여길 네 집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거야? 처음부터 밖에 따로 네 집을 두고 싶었던 거 맞지?]
온채하는 더는 견딜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배승호는 다리를 곧게 뻗은 채 옷장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방 안이 텅 빈 듯 공허해지고 그 불안이 가시질 않아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전화기에 온채하의 번호가 뜨자 배승호는 순간 환각이라도 본 듯 멍해졌다. 몇 초간 침묵 끝에야 겨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입에서 무심코 여보라는 호칭이 튀어나오려 했지만 황급히 삼켰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건 차갑디차가운 목소리였다.
“배승호, 너 진짜 정신병이야? 네가 했던 말도 다 잊었어? 옷이니 가방이니 보석이니... 손도 대지 말라고 했던 게 누군데? 허영심 많은 여자는 물건을 사 놓고 못 쓰게 하는 게 가장 큰 고통이라면서 직접 네 입으로 말했잖아. 어떻게 하나도 기억을 못 해? 뇌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 당장 병원 가서 검사나 받아!”
배승호는 옷장 앞에 서서 작은 인형을 손에 꼭 움켜쥐었다. 그걸 힘껏 쥐고 있어야만 미칠 듯한 초조함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왜 내가 화내면서 내뱉은 말은 그렇게 똑똑히 기억하면서 다른 말들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온채하는 머리를 움켜쥐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다른 말? 네가 진여울한테 내 옆에 있으면 너무 괴롭다고 한 거? 아니면 나랑 결혼한 건 날 괴롭히려는 거라고 했던 말? 또 뭐 있지? 좀 알려 줘. 나도 기억이 잘 안 나네.”
그러고는 배승호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쏟아냈다.
“왜 네가 한 말은 그저 화가 나서 그랬다고 핑계 대면 내가 다 용서해야 하는데... 내가 받은 상처는 없던 일이 돼야 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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