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화

임지은은 결국에 전화받았다. “무슨 일이죠?” 임지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노을은 어디 있어요?” 도서찬은 다짜고짜 물었다. 그러자 임지은은 바로 받아쳤다. “본인 아내가 어디 있는지를 저한테 묻는다고요? 웃기네요.” 도서찬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임지은 씨, 저는 진지하게 묻고 있어요. 노을 곁의 그 아이는 뭐죠?” 임지은은 사실 전부 알고 있었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직접 물어보세요. 왜 저한테 묻어요? 예전에 제가 전화했을 때는 제가 노을의 편을 들면서 도 대표님을 골탕 먹인다고 했잖아요. 그러니 지금도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 괜히 한마디 잘못했다가 또 노을이랑 제가 짜고 친 거라고 뒤집어씌우겠죠. 전 누명을 쓰는 거 싫거든요.” 말을 마친 임지은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뚝뚝하는 전화가 끊기는 소리를 듣자 도서찬의 마음속에서 뜨거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도서찬은 핸들을 쾅 하고 내리쳤다. 그러자 그의 벤틀리가 크게 경적을 울렸다. ‘황노을, 점점 더 심해지네. 예전에는 소소하게 장난을 치더니, 이번에는 아예 아이까지 끌어들인 거야?’ 도서찬이 아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황노을은 모를 리라 없었다. 두 사람이 함께했던 숱한 밤, 도서찬은 황노을의 아랫배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아이를 낳아 달라며 달래곤 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상황은 도서찬조차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신 도서찬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자 도서찬은 분노가 더 세게 치밀었다. 아마 살아오면서 이렇게까지 격하게 화가 난 건 처음인 것 같았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노을이겠지.’ 도서찬은 비웃듯 입꼬리가 올랐지만, 화면에는 할아버지라고 떠 있었다. 도서찬은 잠시 눈썹을 찌푸렸다가 전화받았다. “할아버지.” “오늘 밤, 당장 본가로 돌아와!” 도휘명의 목소리는 노기가 서렸고 몹시 차가웠다. “서찬아, 네가 지금 도경 그룹을 쥐고 있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내가 아직 살아 있다고!” 도서찬은 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