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화
황노을은 곁에서 수프를 덜어 주는 도서찬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표정은 늘 그랬듯 잔잔했고 물결 하나 일지 않았다.
그제야 황노을은 이해했다.
도씨 가문을 도서찬이 쥐고 있어도 속내 다툼은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겉으로는 아직 부부인 만큼, 이런 자리에서는 도서찬이 황노을의 편에 설 수밖에 없었다.
도민희가 방금 꺼낸 이야기는 그 아이의 문제도 있었다.
식당에 들어오자마자 황노을은 외투를 이미 벗어 두었다.
도서찬은 긴 소매에 긴 바지를 입은 황노을을 바라봤다.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차림인데도 살이 많이 빠졌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황노을은 한기가 스며드는 듯 쉽게 추위를 탔다.
도서찬은 뜨거운 수프 그릇을 건네며 말했다.
“좀 더 먹어.”
식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기안이 온갖 방식으로 떠보았지만 딱히 건진 것이 없었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윙윙...”
진동이 울리자 도서찬의 휴대전화 화면에 도휘명의 번호가 떴다.
도서찬이 몸을 돌려 전화받는 사이, 도민희가 다시 황노을 앞으로 왔다.
도민희는 가사도우미가 든 쟁반에서 화이트 와인 한 잔을 들어 건넸다.
“한 잔, 받을래요?”
황노을은 말없이 잔을 받아 향을 맡았고 확실히 좋은 와인이었다.
황노을은 잔을 살짝 적셨다.
“한 모금 더 맛보세요. F국에서 가져온 거예요.”
도민희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개인 소장품이라 아주 비싸요. 그리고... 의미가 남달라요.”
그러자 황노을이 도민희를 올려다봤다.
“걱정하지 마세요. 뭐 타지 않았어요.”
도민희가 웃으며 낮게 말했다.
“서찬 오빠가 있는데 제가 그렇게 어리석겠어요? 그냥 보고 싶었어요. 황노을 씨가 이 와인의 특별함을 알아챌 수 있는지.”
황노을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천천히 다시 한 모금 머금었다.
하지만 뛰어난 품질 말고는 더 특별한 구석을 느끼지 못했다.
“미안하네요.”
황노을이 조용히 말하자 도민희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역시...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구나.”
도민희의 말뜻이 모호했다. 오늘 내내 이어지는 도민희의 태도처럼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