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화
“네가 편한 대로 불러.”
황노을이 말했다.
“아직 어색하면 당분간은 이모라고 불러도 돼.”
아린은 안도의 숨을 쉬고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노을 이모.”
아린이가 조심스레 황노을을 부르면서 꼭 껴안더니 유치원 쪽으로 달려갔다.
황노을은 그 자리에 서서 아린이 교실 문 앞에 이르는 걸 끝까지 지켜보았다. 아린은 문턱에 돌아서서 손을 흔들고서야 안으로 들어갔다.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은 바로, 황노을이 마스크를 잠깐 내린 그 순간이었다.
아무리 조심해도 결국 찍히고 말았다.
입양 절차가 아직 모두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유치원에 가는 건 괜찮아도 밤에 집으로 데려와 함께 지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30일 안에 마무리된다고 했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황노을이 입을 열었다.
“그 아이는 도씨 가문과 아무 관계가 없어요.”
황노을이 또렷이 말했다.
“우리 둘의 가족관계 등록부에 올리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도씨 가문의 재산과도 무관해요.”
황노을은 도서찬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섰다. 바람이 한 번 스치자 마신 술 때문에 다시금 어지럼증이 났다.
황노을은 하이힐을 벗어 바닥에 단단히 서더니, 도서찬에게 등을 돌린 채 말했다.
“대략 이래요. 이 정도 말했으니 알 만큼 알았을 거예요. 내일도 할아버지, 할머니께 이렇게 말씀드릴 거예요. 믿기지 않으면 확인해 보세요. 이런 문제로 제가 거짓말할 이유는 없어요.”
말을 마친 황노을은 마음을 가다듬고 걸음을 떼자, 뒤에서 도서찬의 목소리가 따라왔다.
“황노을!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하지만 결심을 이미 굳게 내렸던 황노을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에게도 아이가 있었어.”
도서찬의 목소리가 숲가의 그늘을 타고 낮게 흘렀다.
“그 아이가 널 엄마라고 부르면 나는 뭐가 되는 거야?”
잠시 머뭇거리더니, 도서찬의 차갑고 의심이 스며든 목소리가 뒤따랐다.
“아니면... 일부러 그런 거야?”
일부러 아이를 데려왔고 일부러 아이가 엄마라고 부르는 순간을 파파라치에게 잡히게 했다는 말이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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