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7화
황노을은 어린아이에게 이토록 심오하게 말을 전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차 싶었다.
그리고 이 말은 아린이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음을 깨달았다.
진짜로 도서찬과의 관계에서 벗어나야만 이 모든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짜로 내려놓는다는 건 잊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 사람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와도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황노을은 자신이 이제 점점 그 단계에 오르는 중이라는 것을 느꼈다.
어린아이에게까지 이런 말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황노을은 순간 가소롭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때, 아린이는 무언갈 알기라도 한 듯이 작은 몸으로 두 팔을 활짝 벌려 황노을을 안아주었다.
“이모. 걱정하지 말아요. 그 아저씨한테 아빠라고 부르지 않을 거예요. 괜찮아요. 이모. 다 해결될 거예요.”
아린이는 힘들어 보이는 황노을의 어깨를 작은 손으로 두드리며 말을 이어갔다.
“날 낳아준 엄마아빠처럼 아저씨도 틀린 사람이에요. 근데 나는 이렇게 노을 이모를 운 좋게 만났으니까, 나한텐 이모가 좋은 결과라고 생각해요. 이모도 그 아저씨를 떠나고 나면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아린이는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한 말들을 내뱉었다. 이런 말을 다른 누구도 아닌 아린이에게서 들을 줄은 황노을은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아린이의 위로가 오히려 더 가슴에 와닿았다. 저도모르게 어느새 눈물이 툭 떨어졌다.
황노을도 아린이를 꼭 안아주었다.
두 모녀는 그렇게 서로 힘이 되어주기로 다짐하면서 포옹을 나눴다.
‘그래. 괜찮아. 다 지나갈 거야. 쉽게 쉽게 지나면 그건 인생이 아니지.’
그 시각, 하도 기분이 가라앉은 도서찬은 연신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도서찬은 룸에 혼자 앉아 술을 마셔댔다. 머릿속에는 하루 종일 황노을의 마지막 말만 맴돌았다.
“도서찬 씨. 내가 더 이상 실망하게 만들지 마요.”
실망, 실망이라...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활짝 열리더니 유아현이 룸으로 걸어들어왔다.
유아현은 상위에 놓인 술병들을 보고 멈칫하는 듯 싶더니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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