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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A시 도산 병원. 임지은이 조급하게 왔다 갔다 걷고 있었다. 황노을은 희귀 혈액형인 Rh 음성 혈액형이라 이전에 황노을이 아이를 지우려고 했을 때 임지은은 만약을 대비해 먼저 혈액을 준비하라고 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혈액 재고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혹시 혈액이 필요하게 된다면... 임지은과 황노을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아주 어릴 때부터 둘은 매우 친하게 지냈다. 임지은은 의술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많은 의학 지식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다만 많은 것들은 책이나 부모님의 말씀을 통해 들었을 뿐 깊이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한번은 황노을과 같이 몰래 놀러 나갔던 적이 있다. 어릴 때부터 스릴을 좋아했던 임지은은 몰래 오빠의 대형 오토바이를 타고 황노을을 태우고 함께 드라이브를 나갔다. 대형 오토바이에 예쁜 황노을까지 태우니 자신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해 기분이 점점 들떴다. 그러다가 넘어졌다. 본인은 그냥 피부가 살짝 긁힌 정도였지만 황노을은 저 멀리 날아가다가 돌에 부딪혀 다리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매우 큰 상처였기에 바닥에 피가 가득 흘렀다. 겁에 질린 임지은은 바로 구급차를 불러 황노을을 병원으로 옮겨 응급치료를 받게 했다. 하지만 상처가 너무 컸고 또 황노을을 데리고 간 곳은 교외였기 때문에 구급차가 오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황노을은 이미 과다출혈 상태였다. 그때 임지은은 처음으로 황노을이 자신에게 말했던 ‘판다 혈액형’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게 되었다. Rh 음성 혈액형, 작은 병원에는 재고가 없었다. 황노을이 과다출혈로 쇼크 상태에 빠지는 것을 본 임지은은 울면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황노을을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다행히 황노을은 끝내 살아났지만 임지은은 그 일을 평생 잊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황노을의 다리에는 흉터가 하나 남아 있었다. 몇 번의 미용 시술을 받았지만 상처가 너무 깊어서 흉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황노을은 임지은이 혹시라도 죄책감을 느낄까 봐 함께 타투 숍에 가서 그 흉터 부위에 자매를 상징하는 타투를 새겼다. “노을...” 여기까지 생각한 임지은은 다시 한번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네, 저예요, 임지은...” “네, 여기 임산부 한 명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혈액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어요. 아주 급합니다!” “안녕하세요, 헌혈 지원 센터인가요...” “네, 가능하면 여러 명이 오시면 좋겠어요. 지금은 아직 필요하지는 않지만 만약을 대비해서요!” “네, 감사합니다...” 여러 통의 전화를 걸어 병원마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임지은은 조금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황노을의 상태가 아직 파악되지 않아 임지은은 아직도 매우 초조했다. 초조함을 달래기 위해 임지은은 여경에게서 사건의 경위를 들었다. 사건 전체의 전개를 알게 된 임지은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설마, 누가 노을을 죽이려고 한 거예요?!” 하지만 그게 누구일까? 임지은은 머릿속으로 재빨리 생각했다. 황씨 가문과의 옛 원한 때문일 수도 있었다. 황노을이 도서찬의 아내이기 때문에, 도경 그룹과 관련되어 연쇄적으로 공격받는 것일 수도 있었다. 심지어 최근 인터넷에서는 한연서의 죽음을 앞둔 카운트다운이 계속 퍼지고 있었기에 극단적인 사람들이 황노을을 공격하러 온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임지은도 본 적이 있었다. 또는 업무나 일상적인 마찰 등, 가능성도 있었다. 가능성은 너무 많았다. ... 응급실 안. 의식이 몽롱한 황노을은 주변 상황이 희미하게만 느껴졌다. 누군가가 자신을 검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주변은 각종 기구들의 소리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금속 기계들의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울렸고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도 들렸다. 끊어지는 말들을 똑똑히 듣지는 못하지만 희미하게 ‘출혈’ ‘임산’ 등의 단어들이 들렸다. 아이... 그녀의 아이. 여기까지 생각한 황노을은 안간힘을 다해 간신히 한마디를 했다: “의사 선생님... 제 아이를 살려 주세요.” 황노을은 후회막급이었다. 경찰서에서 기절하기 전 그 공포와 슬픔의 감정이 황노을을 거의 무너뜨릴 뻔했다. 예전에 아이를 원했던 것은 도서찬과의 결실을 맺고 싶어서였고 그것이 그들의 사랑의 증표가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 도서찬을 포기했고 그 아이도 함께 포기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배 속의 아이가 존재하고 자라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황노을도 점점 망설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정말로 그 아이를 잃을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아이를 잃는 것이 얼마나 안타깝고 슬픈 건지를... 이것은 자신과 피를 나눈 아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판다 혈액형처럼 피로 이어진 이것은 그녀의 아이이고 도서찬과는 상관없다. 오직 그녀만의 아이이기에 이 아이를 지키고 싶었다! ... 매우 빠르게 달리고 있는 도서찬의 차 안 조수석에 탄 한연서는 안전벨트를 꽉 잡은 채 함부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 말이 많으면 실수할 가능성도 많기 때문이다. 그녀는 방금 자신의 연기가 충분했다고 믿고 있었다. 다만 도서찬은... 한연서는 도서찬의 옆얼굴을 슬쩍 바라보았다.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지만 굳게 다문 입술과 핸들을 꽉 잡은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질린 손에서 현재 어떤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도서찬은 여전히 황노을, 그 눈에 거슬리는 여자를 신경 쓰고 있었다. 시선을 거둔 한연서는 눈을 감은 채 병약한 척 앉아 있었지만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곧 A시 도산 병원에 도착한 차, 도서찬은 차 문을 열고 내렸다. 한연서도 급히 문을 열었지만 내리는 순간 또다시 ‘우웨엑’ 하고 피를 토했다. “괜찮아.” 한연서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허약하게 말했다. “나는 원래 죽을 사람이잖아. 오빠는 먼저 황노을을 보러 가.” 도서찬은 걱정 가득한 눈빛을 보이며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한연서는 도서찬을 병원 쪽으로 밀었다. 황노을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도 돌보지 않는 모습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도서찬은 마침내 한마디 했다. “일단 황노을 상태를 보고 올게. 너는 네 몸 잘 챙겨.” “응.” 고개를 끄덕인 한연서는 도서찬이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고는 곧바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서 메시지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빠른 걸음으로 병원 안으로 들어간 도서찬은 점점 더 빨리 걷더니 결국에는 뛰기 시작했다. 자신이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도 느끼지 못했다. 간호사에게 문의하고 황노을의 병실을 찾아가려 했지만 병실 문 앞에서 지키고 있던 임지은이 그를 가로막았다. 도서찬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노을이 상태는 어때요?” 도서찬의 물음에 임지은은 즉시 대답하지 않고 경계하며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어떤가요?” 도서찬은 마음속의 짜증을 억누르며 참을성 있게 물었다. 임지은은 여경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도서찬이 한연서와 결혼하기 위해, 혹시라도 황노을이 그와의 이혼을 거부할까 봐 죽이려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특히 전에 여경이 황노을의 휴대폰으로 도서찬에게 여러 통의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하지만 임지은은 이걸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 도서찬이 이미 짜증을 내기 시작하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도서찬 씨, 한연서와 꼭 결혼해야 해요? 하루도 기다릴 수 없나요?” 도서찬은 임지은을 한번 바라보았다. “무슨 뜻이에요?” 임지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임지은이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것을 보자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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