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8화
정답은 처음부터 무대 위에 놓여 있었고 다만 공개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황노을은 조용히 도민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귀국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황노을은 이 와인 테이스팅의 주제는 술이고 귀국 파티 주제는 사교계의 진출일 거로 생각했다.
황씨 가문, F국, 금융, 림, 이 모든 단서는 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다. 약간의 조사만으로도 상대방이 F국의 프라이빗 와이너리 위치와 포도 산지를 파악하는 데는 충분했다.
황씨 가문은 한때 A시의 거물이 될 뻔한 집안이었고 황노을은 그 집안의 딸이었다.
그녀는 절대 준비 없이 싸움에 응하는 법이 없었다.
황노을은 도민희를 마주한 채 뒤에서 한연서와 무언가를 이야기 나누는 도서찬의 모습을 시야 끝에 담아두었다.
근 몇 년간, 그녀는 도서찬을 따라 여러 나라를 누볐고 특히 J국 출장 때는 거래처 상대가 술을 매우 좋아해 이 분야에 대해 세심하게 공부해 둔 적이 있었다.
황노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이긴 건가요?”
도민희는 대답하지 못한 채 여전히 황노을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때도 이렇게 림을 이긴 건가요?”
도민희가 이를 악물며 되물었다.
“아니요.”
황노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해 그 처참한 승리의 대가는 자신의 건강과 잃어버린 아이였다. 황노을은 림의 인성에 승부를 건 것이었다.
와인글라스 속에 담긴 술은 마치 흐르는 피와 같았다. 그날 유산으로 인해 바닥에 흩뿌려졌던 그 붉은 빛처럼.
갑자기 그날의 차가운 얼음물 속 기억이 스쳐 지나가며 황노을은 온몸이 얼어붙을 듯한 추위를 느꼈다.
“아니라고요?”
하지만 도민희는 믿으려 하지 않으며 흥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젊은 시절의 림은 혼 세마왕 같은 존재였어요. 업계의 수많은 파트너가 그의 손에 농락당했는데, 황노을 씨는 대체 어떻게 그를 이겼다는 거죠?”
황노을은 담담한 표정으로 도민희를 바라보며 손에 들린 와인 글라스를 가만히 들고 있었다.
“도민희 씨도 말했잖아요. 제가 림과의 내기에서 이겨서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된 게 아니라 도씨 가문이 기술적 돌파를 이뤄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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