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2화
도서찬은 눈시울이 붉어진 황노을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마침 여기로 예약이 잡혔어.”
황노을은 숨을 고르며 감정을 가까스로 억누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더 볼일 없으면... 식사는 이쯤에서 끝내죠. 저보고 아린을 데려오라고 해서 왔고, 저는 약속을 지켰어요. 이제 뭘 더 하려는 거예요?”
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다.
“춤 한 곡 추자.”
도서찬은 눈앞의 황노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황노을은 마른 몸매인 데다 붉어진 눈, 단정히 말아 올린 머리, 보기만 해도 예뻤다.
그런데도 도서찬의 눈앞에는 어린 시절의 황노을이 겹쳐 보였다.
여름날, 수많은 밤과 낮, 좁은 구석에서 황노을의 행복을 훔쳐보던 도서찬이었다.
이제 도서찬은 황노을과 춤을 추고 싶었다.
“네가 어렸을 때처럼...”
도서찬은 음악을 틀고 황노을의 앞으로 다가와 손바닥을 내밀었다.
황노을은 도서찬의 손을 내려다보며 가슴이 저렸다.
순간, 아버지와 어머니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시절, 황씨 가문은 한창 잘 나가던 때였고 아버지 황세훈은 A시 네 번째 거물로 올라설 가장 유력한 사람이었다.
황씨 가문, 황씨 가문 부인, 황씨 가문의 아가씨...
그야말로 영화 같은 나날들이었다.
황노을은 세 사람의 행복이 영원할 줄 알았다.
‘그렇게 다정했던 부모님이셨는데 아버지는 떠났고, 어머니는...’
아린을 입양하려고 정미숙을 찾아가 엄마라고 불렀던 날도 떠올랐다.
정미숙은 엄마라는 호칭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뒤로 모녀 사이는 늘 멀게 지냈다.
‘엄마에게도 또 다른 사정이 있었겠지.’
“노을아?”
도서찬이 부르자 황노을은 기억에서 몸을 빼내 그의 손에 손을 포개고 일어섰다.
왈츠.
음악이 흘렀고 두 사람은 가볍게 발을 맞췄다.
도서찬의 숨결이 가깝게 느껴졌고 그는 황노을의 허리를 받쳐 천천히 이끌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간 일이 많았어.”
도서찬이 귓가에 낮게 말했다.
“하지만 끝내는 이렇게 됐지.”
황노을이 고개를 들어 올리자, 내려다보는 도서찬의 눈빛과 마주쳤다.
“네가 나한테 화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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