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정해은은 혼자 집으로 가는 길을 걸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끝내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10대 시절 그녀는 믿었다.
두 사람이 진심으로 사랑하기만 하면 그 사랑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평생 이어질 거라고.
진짜 사랑은 모든 걸 이긴다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믿음에 싸늘한 따귀를 날렸다.
왜 동화 속에서 ‘사랑을 얻는 사람’은 늘 공주일까?
왜 왕비가 되어서는 더 이상 사랑을 얻지 못할까?
아마 모든 왕비는 한때 왕의 세상 전부였던 공주였을 것이다.
하지만 왕자가 왕이 되는 순간 그의 뜨거웠던 마음도 함께 변해버린다.
그토록 달콤했던 추억들이 이제는 살을 에는 냉기로 돌아올 뿐이다.
학교 로맨스 소설의 끝은 언제나 같다.
남녀 주인공은 사랑을 확인하고 행복하게 결혼한다.
그렇지만 결혼 이후의 이야기는 누가 써줄까?
결혼 1년 후, 5년 후, 10년 후, 그때도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을까?
정해은은 기억했다.
1년 전, 성수혁이 해외에서 돌아왔을 때 그는 모두의 반대를 무시하고 백유라를 위해 경성시 중심에 호화로운 별장을 사줬다.
그리고 그녀가 ‘혼자 있는 게 불안하다’는 말을 하자 한 달 동안 옆에 있어 주기도 했다.
그때, 정해은은 위염이 도져 눈앞이 아찔할 만큼 아팠다.
“가지 마요. 제발 오늘만은 곁에 있어 줘요.”
그녀는 애원했지만 성수혁은 결국 백유라에게 갔다.
그날 밤, 정해은은 한 움큼의 진통제를 입에 털어 넣고 그 별장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모든 걸 부쉈다.
깨진 잔, 부서진 액자, 흩어진 유리 조각들.
백유라는 구석에서 머리를 감싸 쥔 채 울부짖었고 정해은은 피가 맺힌 손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당시 그녀의 눈빛엔 광기와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급히 달려온 성수혁은 백유라를 안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정해은을 마구 욕했다.
“미쳤어? 지금 네 꼴 좀 봐! 지금 이게 사모님 같아? 이런 꼴로 밖에 나가기라도 하면 내 체면은 어떻게 되는 줄 알아?”
그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해은의 심장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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