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화
“해은아, 오늘 왜 혼자 왔어? 수혁이는?”
김미경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정해은 혼자 온 것을 확인하고 나서 의아해했다.
정해은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차분하게 답하였다.
“어촌에 가서 백유라와 같이 있어요.”
“뭐라고?”
그녀의 말에 김미경은 깜짝 놀랐다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정해은을 바라보았다.
거실의 천장에 걸려 있는 샹들리에는 눈부시게 밝은 빛을 쏟아냈다.
소파에 앉아 있는 정태균은 두 모녀 간의 대화를 들었는지 안색이 많이 어두워졌다.
그는 냉랭한 표정으로 엄숙하게 말하였다.
“결혼한 지 언젠데 아직도 남자 하나를 다루지 못해? 쓸모없는 것.”
이 순간, 정해은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손끝이 하얗게 질리도록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사랑하는 남편의 배신, 아버지의 책망... 아무도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가끔 정해은은 자신이 도대체 무슨 천인공노할 죄를 지었기에 이런 벌을 주는 것인지 하늘에 따지고 싶었다.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수혁 씨가 바람을 피우는데 제가 어떻게 하겠어요? 다리가 저 사람의 몸에 붙어 있는데 제가 부러뜨려야 해요?”
쨍그랑!
도자기가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정해은은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내리깔고 옷자락을 바라보았다.
찻잔이 깨지면서 튄 찻물이 옷자락을 적셨다.
“여보, 왜 갑자기 억울한 해은이한테 화풀이하세요?”
김미경은 다급히 달려와 정태균을 말렸다.
그리고 정태균의 소매를 잡아당기면서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좀 좋게 말하세요. 왜 물건을 던져요? 이건 뜨거운 차인데 해은이가 데이면 어떡해요?”
“머리가 굵어졌다고 제멋대로야.”
정태균은 노기 어린 얼굴로 벌떡 일어나 정해은을 향해 삿대질하며 고함쳤다.
“감히 말대꾸해?!”
“말대꾸요?”
정해은은 정태균의 말에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 웃은 후 그녀는 정태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였다.
“아버지의 눈에 저는 딸인가요, 아니면 가문의 이익을 위한 도구인가요?”
아버지로서 딸이 시댁에서 괴로움을 당했는데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