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밤늦게 성수혁이 술에 취한 채로 집에 들어왔다.
방금 막 술자리가 끝난 듯 셔츠 깃에는 술과 담배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다.
명예와 이익이 오가는 자리에서 성한 그룹의 후계자라 해도 피할 수 없는 자리가 있었다.
세상은 결코 성한 그룹 하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해은은 술 냄새를 유난히 싫어했다.
그녀는 책상에 앉아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아무 말 없이 다시 손에 든 경제 잡지로 시선을 돌렸다.
조용한 방 안에는 두 사람의 숨소리와 잡지를 넘기는 바스락거림만이 흘렀다.
성수혁은 가늘게 눈을 뜨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순간 짙은 술 냄새와 담배 냄새가 뒤섞여 코끝을 자극했다.
‘수혁 씨가 또 담배를 피웠네.’
“왜 그래?”
성수혁의 낮은 목소리에는 서늘한 경고와 불쾌감이 섞여 있었다.
정해은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잡지의 페이지를 한 장 더 넘기며 차분히 대답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쫘악.”
성수혁은 그녀의 손에서 경제 잡지를 거칠게 빼앗더니 눈앞에서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종이는 순식간에 수많은 조각으로 흩어져 공중을 날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순식간에 온 방이 엉망이 되었다.
정해은은 손가락을 움츠리며 눈앞에 흩어진 종잇조각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지난 세월 동안의 자신의 결혼 생활처럼 모든 것이 엉망이고 허무하게 느껴졌다.
“정해은.”
성수혁이 갑자기 다가오자 짙은 술 냄새가 그녀를 에워쌌다. 숨이 막힐 정도였다.
정해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 포위망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그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뭐 하는 거예요?”
정해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다음 순간 그녀의 두 손은 성수혁의 손에 붙잡혀 머리 위로 꺾였다.
남녀의 힘 차이는 압도적이어서 성수혁은 한 손만으로 그녀의 두 손을 완전히 제압했다.
정해은은 갑작스러운 통증이 심장을 찌르듯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손목은 이미 다사다난했다.
이전에 그가 힘껏 움켜쥐었을 때 생긴 멍은 아직 가시지 않았고 정해은은 내일 아침까지도 멍이 가라앉지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