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그때 정해은의 두 손은 이미 푸르게 부어올라 있었고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마치 얼음처럼 차가웠다.
정해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두 손은 감각을 잃을 만큼 차갑고 온기 하나 없었지만 그럼에도 지금 그녀의 가슴속을 뒤덮은 냉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수혁 씨, 당신은 유라를 사랑하잖아요? 제가 지금 당신들의 소원을 이뤄줄게요. 이제 사모님 자리 그만둘게요. 할아버지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는 거 알아요. 괜찮아요. 우리끼리 먼저 이혼하면 되잖아요.”
성수혁은 침묵했다.
‘이혼? 해야 하나?’
성수혁은 한 번도 이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정해은과 이혼하는 일은 단 한 순간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성씨 가문 안주인의 자리는 오직 그녀만이 지킬 수 있으며 영원히 그녀의 것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듯했다.
성수혁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유라와 잘 지낼 수는 없는 거야? 유라는 성격 나쁘지 않아. 천진난만하고 순수하잖아. 너도 예전에 여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여동생?’
그녀는 시선을 내리깔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여동생이라고요?”
그녀는 입술을 꼭 다문 채 잠시 말을 멈췄다.
잠시 후 성수혁은 그녀의 맑고 차가운 목소리가 비웃음 섞인 어조로 울려 퍼지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여동생은 자기 형부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그 말에 성수혁의 몸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반박할 여지도 변명할 틈도 없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굳은 채로 시간이 멈춘 듯 한동안 서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성수혁이 천천히 반걸음 뒤로 물러섰다.
술 냄새가 조금 가시자 정해은은 비로소 정상적인 호흡을 되찾을 수 있었다.
성수혁의 눈빛은 여전히 어둡고 냉담했다.
“내가 말했잖아. 남자들은 다 그래.”
그는 마치 남자의 외도쯤은 당연한 일이라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
“유라에게 더 이상 손대지 않으면 사모님 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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