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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정해은은 추억이 그저 그리움일 뿐이며 과거의 아름다움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늘 지난날의 일들을 떠올리곤 했다. 그 모든 순간이 뼛속 깊이 새겨져 있어 잊으라 해도 결코 쉽게 잊을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손끝과 발끝부터 서서히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시간은 1분 1초씩 흘러갔지만 정해은은 여전히 같은 자세로 굳어 있었고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미 봄이 찾아왔지만 꽃샘추위가 스민 밤공기는 여전히 싸늘했다. 정해은은 온몸의 피가 서서히 얼어붙는 듯한 감각에 휩싸인 채 몽롱하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하늘은 맑고 화창했다. 정해은은 베개에 눌려 저릿해진 팔을 주무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에는 한쪽 손목에만 멍 자국이 있었는데 이제는 양손 모두에 멍이 생겼다. 게다가 어젯밤에 감기라도 걸린 건지 목까지 따갑게 아팠다. 건조하고 가려운 데다 찌르는 듯한 통증이 이어졌고 거기에 두통까지 끊임없이 밀려왔다. 정해은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수한 뒤 아침도 거른 채 집을 나섰다. 성씨 가문에는 가정의가 있었지만 성창수 어르신의 귀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 직접 약국에서 약을 사서 바르기로 했다. 겸사겸사 위키엔터에도 들러야 했기에 업무를 미룰 수도 없었다. 정해은은 운전기사에게 보행자 거리 근처에서 내려 달라고 부탁한 뒤 혼자 걸음을 옮기다 아무 약국이나 들어갔다. “정해은 씨?” 익숙한 남성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시선을 위로 올렸다. 남자의 목젖 단정한 턱선을 지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부드러운 미소를 띤 잘생긴 얼굴이었다. 기선우였다. “약을 사러 왔어요? 몸이 안 좋은거예요?” 기선우는 이곳이 약국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눈빛에 걱정과 염려를 가득 담았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향하더니 자줏빛으로 부어오른 정해은의 손목에서 멈췄다. 순간 기선우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 “누가 그랬어요?” 그의 목소리에는 억눌린 분노가 서려 있었고 몸에서 뿜어져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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