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약을 고른 후 정해은이 반응하기도 전에 기선우가 먼저 계산을 마쳤다.
“저기, 그건 제...”
“가자. 공원 벤치에 앉을까?”
기선우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우선 약부터 바르자.”
정해은은 잠시 침묵하다가 거절하지 않았다.
공원에 도착하자 기선우는 손을 뻗어 약품 상자의 포장을 뜯었다. 햇빛 아래에서 그의 눈은 정교한 갈색으로 빛났고 그 안에는 사람을 홀리는 듯한 부드러움이 어린 듯했다.
“제가 할게요...”
“가만히 있어.”
기선우는 입꼬리를 올렸다.
“두 손 다 다쳤는데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려고 하는 거야?”
‘기선우 씨의 말뜻은 직접 약을 발라 주겠다는 것인가?’
그 사실을 깨달은 정해은은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그녀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남자의 행동이 그녀의 마음속 추측을 확인시켜 주었다.
기선우의 손길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뼈마디가 뚜렷한 손가락은 가늘고 길었고 피부는 희고 부드러우며 손톱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어떻게 사람의 손도 저렇게 예쁠 수 있을까?’
마치 신이 정성껏 조각한 작품 같았다.
“해은이 손도 정말 예쁘네.”
기선우는 마치 그녀의 마음속 생각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정해은은 멍하니 있었다.
“기선우 씨, 제가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기선우는 느긋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독심술이라도 부릴 줄 아시는 건가요?”
“어떤 사람은 심리 상태가 얼굴에 거의 다 드러나서 내가 독심술이 있다고 해도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고 눈빛은 부드럽지만 옅은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정해은은 말문이 막혔다.
기선우는 사람을 홀릴 만큼 매혹적인 외모를 지녔지만 그와는 달리 분위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온화했다. 뼛속 깊이 배어 나오는 부드러움과 청량함은 극적인 반전의 매력과 함께 어딘가 금욕적인 기품까지 풍기고 있었다.
정해은은 2초 동안 그를 빤히 쳐다보았고 심장이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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